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처음
한국 레슬링의 마지막 희망 류한수(33·삼성생명)가 16강에서 탈락하면서 올림픽 출전 반세기만의 노메달 우려가 현실이 됐다.
류한수는 3일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67㎏급 16강전에서 이집트의 무함마드 엘 사예드에게 6-7로 패했다. 엘 사예드가 결승에 진출하면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 획득에 나설 수 있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한국 레슬링이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건 1972년 뮌헨 대회 이후 45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한국 레슬링 대표팀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레슬링 대표팀은 올해 3월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국제대회에 출전했으나, 현지 방역에 실패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다. 대다수 선수는 경기조차 뛰지 못하고 귀국했다.
도쿄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삼기 위해 이를 갈았던 ‘한국 레슬링 간판’ 김현우(32·삼성생명)도 그대로 돌아왔다. 류한수도 이때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확진 직전에 올림픽 쿼터를 획득해 힘겹게 도쿄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선수는 류한수와 그레코로만형 남자 130㎏급 김민석(28·울산남구청) 둘뿐이었다. 이는 1952년 헬싱키 대회(2명 출전)와 더불어 한국 레슬링 역사상 올림픽 선수단 최소 규모다. 두 선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를 악물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올림픽 레이스를 마감했다.
김민석은 1일 열린 16강에서 탈락했다.
한국 레슬링 쇠퇴는 2000년대 중반부터 힘든 운동 환경과 열악한 지원 속에 예고된 결과였다. 1982년부터 30여 년간 300억 원 가까이 지원을 이어오던 삼성이 2012년 레슬링 회장사 지위를 포기하고, 후속 후원자를 찾지 못했다.
거기에 올림픽에서 레슬링 퇴출 움직임까지 감지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러한 상황에 레슬링계 파벌 다툼까지 더해지며 현장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