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 ‘에디슨 컨소시엄’에 합류, 재계 38위 SM그룹과 벌써 신경전
쌍용자동차 인수전이 사실상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에디슨모터스가 투자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하면서 유력 후보인 SM그룹과 맞붙는다.
9일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쌍용차 인수를 위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이날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해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선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 △TG투자 △쎄미시스코 △KCGI는 쌍용차 인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컨소시엄 구성을 공식화했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다. 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성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바 있다.
강 대표는 화상으로 중계된 MOU에서 “쌍용차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전기버스 업계 1위인 에디슨모터스가 이를 수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라며 컨소시엄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재무적 투자자(FI)인 키스톤PE 마영민 대표는 “쌍용차를 충분하게 회생할 정도의 자금을 확보했다. KCGI와 키스톤PE가 절반 정도를 부담하고 나머지가 절반을 부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30일 쌍용차 인수를 위한 의향서(LOI) 마감 결과 재계 서열 38위인 SM그룹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SM그룹은 자체 보유자금으로 쌍용차 인수 이후 자동차 부품 계열사 △남선알미늄 △건전지 제조업체 벡셀 △화학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등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법정관리 중인 자동차 부품사 '화진'을 인수한 것도 물밑 작업 가운데 하나다.
이에 맞선 에디슨모터스가 이날 키스톤PE와 KCGI 등 재무적 투자자를 규합하면서 또 하나의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미 인수자금 2700억 원을 확보했고, 자회사 쎄미시스코의 유상증자와 CB(전환사채) 발행으로 약 2500억 원을 추가 마련할 예정이다. 여기에 이날 MOU를 계기로 키스톤PE와 KCGI가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추가로 약 4000억 원을 마련하게 됐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쌍용차를 정상화하기 위해 몇 개월 전부터 키스톤PE, KCGI를 설득해 힘을 모았다”라며 “작은 회사(에디슨모터스)가 어떻게 쌍용차를 인수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이날 업무 협약식을 두고 쌍용차에 대한 구조조정 우려도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키스톤PE는 기업 구조조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키스톤PE의 최근 성과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표현이 사용됐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마영민 키스톤PE 대표 역시 이와 관련해 “이번 인수전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인수 및 실질적인 경영 주체는 에디슨모터스다”라며 ‘구조조정’ 언급에 선을 그었다.
컨소시엄 구성을 마친 에디슨모터스는 SM그룹에 맞서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쌍용차 공장 부지를 개발해 차익이 발생하면 시민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라고 밝혔다.
특정 인수 후보가 쌍용차 공장 부지를 매각해 차익만 얻으려 한다는 일각의 의혹을 꺼내 든 셈이다. "특정 후보"는 건설업을 영위 중인 SM그룹을 겨냥한 발언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컨소시엄 참여와 관련해 "전기차 만들 때 보틀넥(병목현상 일어나는 부분)이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영구자석 등이다. 이런 부분에서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은 기술 인력과 공급망 등 인프라가 잘 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구성으로 작년부터 "쌍용차 인수"를 공언해온 미국 ‘카디널 원 모터스’는 군소 후보군으로 밀려났다.
'듀크 헤일' 회장은 최근 국내 매체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쌍용차 SUV와 픽업을 판매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반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미FTA 개정안에 따라 미국 현지에 픽업트럭을 수출하려면 25% 관세를 내야 한다. 현대차가 첫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현지생산으로 전환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엔진과 변속기도 없다. 현재 쌍용차는 △1.5 가솔린 터보 △1.6 디젤 △2.2. 디젤 등 세 가지 엔진을 운용 중이다. 미국에 팔만한 엔진이 없고,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인수 및 투자자금의 출처도 불명확하다. 카디널 측의 2019년 기준 연간 매출은 230억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