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회사가 중국 투자와 관련해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중국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당분간 보류한다고 밝혔다. 종잡을 수 없는 당국의 규제 철퇴 여진이 가라앉을 때까지 중국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미루겠다는 것이다.
손 회장의 중국 거리두기는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 급감한 7615억 엔(약 7조 9546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에 미국 통신사 T모바일(옛 스프린트) 주식 매각으로 이익이 컸던 데 따른 반사효과라는 설명이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소프트뱅크 산하 ‘비전펀드’의 이익은 82% 급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건투한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7월 이후의 동향”이라고 강조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했던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은 당국 단속 여파로 주가가 급락했다. 다른 투자처도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실적에 부담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처를 분산, 차이나리스크 영향 낮추기에 나선 이유다.
실제로 소프트뱅크그룹은 올해 4월부터 신규 투자처 가운데 중국 기업 비중을 약 11% 수준으로 줄였다. 다만 아직까지 알리바바 주식, 펀드 투자처 등을 합치면 중국 비중이 약 50%에 이르고 있는 만큼 갈 길은 멀다는 평가다. 닛케이는 “소프트뱅크가 다른 나라와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보유 자산의 절반 정도는 여전히 중국 기업”이라며 “리스크 분산이 급선무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이나 리스크’가 휘몰아친 곳은 소프트뱅크그룹뿐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의 규제 후폭풍은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중국 회사채에 타격을 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란을 몰고왔다. 기술·교육·반도체 등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1000조 원 이상 증발했다. 그 여파로 중국 회사채 보유 비중이 큰 펀드 10개 중 9개는 최근 수익률이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많은 회사에 대한 디폴트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으며, 투자등급 회사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글로벌 운용사인 누버거 버먼 그룹의 니시 포팻 LLC 신흥 시장 펀드 매니저는 이와 관련해 “정크 본드로 불리는 투자부적격 등급 기업에 앞으로 더 많은 혼란이 닥칠 것”이라며 “위기가 시작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