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억 원 중반대 순익도 점쳐져
8인치 공급 부족 앞으로도 지속될 듯
본사 차원에서 8인치 연구ㆍ개발 인력도 채용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이 상반기 큰 폭의 수익성 확대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는 물론, 관련 인력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사업 기반을 다지는 양상이다.
18일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상반기 3467억 원, 761억 원의 매출액과 순이익을 기록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매출액(3485억 원)은 200억 원가량 줄었지만, 순이익(533억 원)은 42.7% 증가했다. 그 이전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2019년 상반기 순이익(290억 원)과 비교하면 162.6% 상승했다. 2년 만에 2배 훨씬 넘게 순이익이 늘어난 셈이다.
SK하이닉스 시스템IC는 200㎜ 웨이퍼 공장에서 디스플레이 구동드라이버IC(DDI), 전력관리 칩(PMIC),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을 생산한다.
수익성 면에서 눈에 띈 성과가 나온 건 해당 부품에 대한 공급 부족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꽤 긴 기간 공급사가 가격 결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 지속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시스템IC를 비롯한 국내외 8인치 파운드리 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완전 가동 상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단가 인상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업계에선 올해 SK하이닉스 시스템IC가 출범 4년 만에 연간 당기순이익 1000억 원대 중반을 훌쩍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출범 첫해인 2017년, 70억 원 넘는 적자 이후 1년 만에 600억 원 넘는 규모의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파운드리 사업이 안정되며 꾸준히 실적이 늘고 있다.
여기에 최소 내년까지는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 수익성 강화 기조도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공급 부족이 오래가면 전반적인 생산능력 확대가 일어나 수급 균형이 맞춰지지만, 8인치 팹의 경우 신규 증설 물량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산업 전반적으로 수요가 넘치지만, 12인치의 경우 전 세계에서 공격적인 증설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8인치의 경우 장비 수급이 어렵고, 기업들이 신규 증설 부담을 느낀다는 점에서 큰 규모의 생산능력 확대가 전무하다”라고 설명했다.
국제반도체재료장비협회(SEMI)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전 세계 8인치 팹들의 월간 생산량(CAPA)은 약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같은 생산량 증가 추세는 반도체 수요 강도와 비교하면 다소 약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 사업은 순익 자체로 놓고 보면 비중이 크지 않지만,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올해 SK하이닉스는 기존 70% 가까이 D램에 편중됐던 매출 비중을 낸드와 파운드리로 다양화하며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자회사뿐 아니라 본사 차원에서 파운드리 산업 연구를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6월 말 8인치 파운드리 업체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주 업무는 8인치 파운드리 업계 및 공급망 관리(SCM) 현황 등을 조사ㆍ분석하는 것이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전략적으로 8인치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5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에서 “현재보다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8인치 사업 확대 승부수를 던졌다. 2019년 지분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던 옛 매그나칩 파운드리 부문 '키파운드리' 완전 인수 검토 등 여러 선택지가 후보로 오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