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소비는 줄어드는데 가격은 올라
'원유가격 연동제' 때문
정부, 연동제 손보겠다는 입장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3년 만에 인상됐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 원유 가격 인상을 미루기 위해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이를 논의하려 했으나 생산자 측이 불참해 회의가 결렬되며 인상안이 결국 확정됐다.
이에 따라 원유 1L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이 올랐다. 지난 2018년 당시 인상 1L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인상된 것보다 무려 5배가 넘는 인상 폭이다.
급격한 인상폭을 고려해 낙농진흥이사회는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을 결정하고 1년 유예기간을 뒀다.
낙농업계는 인건비·사료비 등 생산비 상승을 원유 가격 인상의 이유로 꼽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원유 가격 인상이 수요 감소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우유 소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낙농진흥회의 우유 유통소비통계에 따르면 1인당 흰 우유(백색 시유) 소비량은 2018년 27.0kg, 2019년 26.7kg, 2020년 26.3kg으로 감소 추세다.
우유 수요는 줄어드는데 우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요가 줄면 가격도 줄어든다는 시장 원리에 반하는 흐름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원유가격 연동제(연동제)’ 때문이다. 연동제는 원유 가격의 증감을 유가공업체에서 생산하는 우유의 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다.
연동제는 2013년 8월 낙농업계의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이를 통해 원유 가격이 전년도 기준원가에 생산비 증감을 고려해 정해진다. 이 가격은 매년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연동제 도입 이전에는 낙농업계와 유가공업체가 원유 가격을 직접 협상했다. 이로 인해 가격 협상 과정에서 매번 극심한 갈등이 일어났다.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구입하려는 유가공업체에 반해 낙농업계는 시위, 원유 공급 중단 등 집단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산업적 특성도 고려됐다. 낙농업은 장기투자가 필요한 데다 생명체를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공산품과 달리 공급량을 조절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수요·공급 대신 생산비를 기준으로 원유 가격을 결정해 낙농업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연동제가 도입됐다. 이로 인해 시장의 수요·공급 상황과 상관없이 원유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
시장 상황과 무관한 원유 가격 변동은 소비자에게 중요한 문제다. 우유가 생활 물가 변동에 중요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원유 가격이 4원 인상됐을 당시 서울우유는 우유소매 가격을 3.6%, 남양유업은 4.5% 올린 바 있다. 또 원유 가격 상승은 우유가 들어가는 빵, 제과, 아이스크림 등 다른 식품의 가격에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준다.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밀크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이유다.
정부 역시 이를 우려해 연동제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17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우유 가격 구조 개편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과 관계없이 생산비용에 따라 가격을 올리는 현재 우유 가격 결정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말까지 낙농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개편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