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한 풀어 사례비 받을 거로 생각해 출연
해외 도피로 공소시효 만료 안 된 채 태완이법 시행
22년 전 발생 후 장기 미제 상태였던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살인 교사 피의자 김 모(55) 씨가 체포됐다.
20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6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살인 교사 혐의를 자백하는 진술을 했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7월 31일 시행된 형사소송법 개정안(태완이법)에 따라 살인사건 공소시효는 폐지됐다. 경찰은 김씨가 해외를 도피 목적으로 여러 번 오가면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공소시효가 태완이법 시행 이후가 된 것으로 파악했다.
방송에 출연한 김 씨는 자신이 제주지역 조직폭력배 유탁파의 행동대원이었음을 밝혔다. 이어 1999년 10월 당시 조직 두목인 백 모 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았고, 손 모 씨를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터뷰했다.
김 씨는 자신의 진술로 유족의 억울함을 풀고, 피해자의 원혼을 달램으로써 유족 측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것이라 기대했다는 후문이다. 피해자 유족은 해당 사건 당시 수사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경찰은 김 씨의 인터뷰 내용이 자백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김 씨를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 18일 제주로 압송했다. 다음날인 19일 살인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장기 미제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당국은 김씨가 당시 흉기 모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상세한 진술을 한 점으로 미뤄 살인 교사가 아닌 실제 살인을 했을 가능성도 둔 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건에 연루돼있던 당시 조직 두목 백 씨와 실제 범행을 저지른 손 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로, 김 씨는 이번 사건의 유일한 실마리다.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은 당시 45세였던 이모 변호사가 1999년 11월 5일 새벽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교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렸음에도 별다른 단서를 잡지 못하고 1년여 만에 수사에 손을 뗐다.
본래 사건 발생 15년 뒤인 2014년 11월 김 씨의 공소시효가 만료돼야 했지만, ‘형사 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김 씨의 공소시효 만료는 미뤄진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