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 측이 첫 재판에서 검찰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선일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고검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재판 진행을 위해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고검장이 직접 법정에 나오지는 않았다.
이날 변호인은 검찰이 시각자료를 이용해 기소 유지 진술을 하자 "공판기일에 할 일을 공판준비기일에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확정되지 않은 증거가 사실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검찰은 "기소 유지 진술의 방식은 시각적으로 보여주든 공소장을 읽든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될 가능성은 배제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공소사실과 관련해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검찰은 재판부가 "공소사실 중 안양지청장이 자발적 판단을 가지고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자 "안양지청장은 수사과정에 있어 직권남용 상대방이 아니지만 보고(체계)는 맞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이 고검장과 안양지청장을 공범으로 본다면 방어 방법이 달라진다"며 "공범 혹은 단독범일 경우로 나눠서 공소장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방어 방법은 변호인이 정하는 것"이라며 "이 고검장을 제외하고 공소장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의 경우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사건을 이첩했기 때문에 이들의 범죄 혐의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받아쳤다.
이 고검장은 2019년 6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고검장이 안양지청 지휘부에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하고 수사 결과를 왜곡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고검장은 수사팀의 소환조사 요구를 4차례 거부하고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달라고 요구하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 고검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으나 기소 권고가 결정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의 재판은 병합됐다. 재판은 이 고검장과 같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