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예산안을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한 총지출 규모인 604조9000억 원 이상으로 편성한다는 데 합의했다. 605조 원을 웃돈다는 얘기로, 올해 본예산 558조 원보다 8.5%가량 늘어난 초(超)팽창 예산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본예산 400조5000억 원에 비하면 50% 이상 증가한 규모다.
문 대통령이 “위기극복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여당 또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손실 보상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재정 지원의 역할이 큰 것은 사실이다. 당정은 청년들의 전월세 무이자 대출과 중소기업 청년채용장려금 등 청년대책에만 20조 원 이상을 쏟아붓기로 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 및 저소득층 교육바우처 지원도 늘린다. 백신 확보 예산과 탄소중립 지원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기금에도 각각 2조5000억 원씩을 책정한다.
그러나 돈 나올 곳은 제한적인데 끝없는 팽창 재정으로 씀씀이만 키우는 데 몰두하다 보니 나라살림 적자만 쌓이고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합리적 지출로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아예 실종된 상태다. 올해 세금 수입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나라살림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상반기에 7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연말에는 113조 원, 내년에는 123조 원으로 적자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이를 국채 발행 등 빚을 내 메워야 하니 국가채무 또한 급증하고 있다. 올해 말 국가채무는 963조9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626조9000억 원에서 5년 만에 337조 원 증가한다. 내년 국가채무는 1070조 원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도 올해 47.2%로 높아지고 내년에는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는 국가채무 1260조1000억원에 채무비율이 54.7%로 올라간다는 전망도 나와 있다. 이 채무비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30% 대였으나, 작년에 마지노선이었던 40%를 훌쩍 넘긴 44.0%로 높아졌다.
결국 1000조 원이 넘는 나랏빚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고, 이는 고스란히 지금 청년들과 미래 세대의 세금으로 갚아야 할 부담으로 이어진다. 재정건전성은 외면한 채, 이런 식으로 빚만 키우는 팽창 일변도의 예산과 방만한 돈 풀기로는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한다. 그런데도 내년 대선에 나서겠다는 여당 후보들은 한결같이 돈을 더 퍼주겠다는 재정 포퓰리즘 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 돈 어디에서 나온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