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특금법 통과 아냐 선 긋기
국세청이 가상자산(가상화폐)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대상으로 과세 관련 현장 컨설팅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이 ‘필수인증’ 미 신청으로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가 영업 중단이나 폐업이 유력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현장 컨설팅 배경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달 24일 특금법 신고를 앞두고 정부가 4대 거래소만 숨통을 트여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국세청은 그간 4대 거래소들과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내용들을 서면으로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 측에 따르면 지난 7월 당국은 과세 자료 제출과 관련해 실무 작업 시 애매한 부분이나 질문하고 싶은 사항이 있는지 거래소로 관련 질의를 보냈다. 현장 컨설팅을 통해 거래소의 요구사항 청취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만큼 자료제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납세) 자료제출 프로그램을 짤 때, 양도거래·거래소 간 이종거래 등의 경우 어떤 서식을 적용해 자료를 제출해야 할지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국세청-가상자산 거래소) 실무진 간 논의를 통해 관련 내용들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7월 당시 코로나19 이슈로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후속조치 진행차 이번주 금요일에 관련 컨설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비트·빗썸·코빗은 금요일에, 코인원은 다음주 안에 현장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각 거래소 본사의 위치에 따라 컨설팅 일정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 4월 가상자산 세원관리시스템 관련 용역을 발주했다. 내년 1월부터 소득세법 개정안 시행령(164의4)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 거래내역 등 소득세 부과에 필요한 자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출해야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관련 시스템을 12월까지 완비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거래자료 제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홈택스를 통해 신고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세청이 가상자산 사업자와 기타 발생처로부터 거래자료를 수집하고, 납세자에게 신고안내 후 납부케 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국세청은 가상자산 업종코드를 신설하는 등 납세서비스 개선을 위한 내부 인프라 정비에 나선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컴퓨터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서비스업(두나무, 코빗) △전자상거래 소매업(빗썸, 후오비)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코인원, 프로비트)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비스업(스트리미, 포블게이트) △기타 금융 지원 서비스업(한빗코) 등으로 업종이 뚜렷하지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내년 1년간의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가상자산 과세 자료를 수집해 내후년 5월 달에 안내하는 구조”라며 “가상자산 과세가 처음이다 보니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고민하는 부분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4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과세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사실상 정부가 해당 거래소들의 생존권을 보장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위원회가 25일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범부처 특별단속 결과를 발표한 이후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위는 이날 결과를 발표하며 특금법 신고 요건인 ISMS 인증을 획득한 사업자의 경우라도 금융정보분석원(FIU) 심사과정에서 신고불수리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선을 긋는 모양을 취했다. 관련해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스텝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라며 “과세는 대표적으로 제도권에 편입된다는 시그널인 만큼 유의미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특금법 시행령 발표 이전에 (정부가) 4대 거래소 관계자들을 불러 전체적인 거래소의 매출이나 유저 풀에 대해 비공개로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4대 거래소에 먼저 연락하고 이후 거래소들로 내려가는 것인지, 4대 거래소 위주인지 확실치는 않다”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기흥 경기대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4대 거래소는 시중은행과 제휴해 실명계좌를 발급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라며 “실명계좌가 있는 경우 (정부 부처에서) 거래내역을 확인하기 용이하고, 과세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쉬워서가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