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된 외환·금융위기 세대, 경제위기 때마다 '취업 잔혹사'
정부 특별대책ㆍ제조업 채용 재개
올해 25~29세 고용률 크게 올라
30ㆍ40대 고용률은 '제자리 걸음'
한국 사회에서 30·40대는 고용 시장이나 정책에서 ‘버려진 세대’가 됐다. 정부는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주거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15~29세)을 위해 고용·주거·복지·교육을 망라하는 ‘청년특별대책’을 내놨다. 청년층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30·40대는 ‘또’ 외면당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말 경제활동을 시작한 당시 20대, 지금의 30·40대 상당수는 외환·금융위기에 따른 고용시장 한파에 ‘장기 백수’로 전락하거나 ‘눈높이를 낮춰’ 일자리를 구했다. 첫 일자리가 변변치 못한 탓에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실업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면서 30·40대 고용률이 급락했다. 그나마 청년층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올해 들어 고용지표가 회복되고 있지만, 30·40대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고용지표에서도 이 같은 상황은 고스란히 반영된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기준 20대 후반(25~29세) 고용률은 2019년 68.4%에서 지난해 66.5%로 하락했다가 올해 70.3%로 올랐다. 특별대책과 별개로 수출 호조에 따른 제조업 신규 채용 재개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모습이다. 반면 30대 고용률은 2019년 76.5%에서 지난해 75.4%로 하락하고,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40대 고용률은 지난해 76.9%에서 올해 77.7%로 반등했으나, 코로나19 이전 수준(78.5%)에는 못 미치고 있다.
통상 경제위기 이후 2~3년이 지나면 청년 고용지표는 회복된다. 대다수가 취업 경력이 없고 연령이 낮아서다. 선택지가 넓다는 의미다. 산업·업종과 무관하게 신규 채용 시장에서 ‘질 좋은 일자리’만 많이 공급되면 된다.
미취업 상태로 30대에 진입했거나, 경제위기 중 ‘질 낮은’ 일자리에 대체 취업한 이들에겐 상황이 다르다.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낮아도 안정적 일자리, 또는 경력직 일자리가 필요한데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는 산업·업종구조 재편이 수반된다. 외환·금융위기를 겪으며 경력관리에 실패한 현재 30·40대는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30·40대 고용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30·40대 일자리 감소에는 산업 구조조정과 경기침체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20대처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