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이동제한조치 완화에 1인당 카드사용액 20% 가량 증가
해외서 긁은 카드값이 30억달러를 돌파(4조원 육박)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도 6분기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발발 이후 가장 컸다.
해외 현지에서의 이동제한조치 일부 완화 등으로 1인당 카드사용액이 늘었다는 설명이지만,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국내보다 해외가 더 싸다는 점을 노려 이를 투자하는데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도 있겠다.
30일 한국은행에 빠르면 올 2분기(4~6월) 중 거주자의 해외카드 사용금액은 33억7000만달러(원화환산 3조782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분기(35억9800만달러, 4조2951억원 상당) 이후 최고치다. 또, 지난해 같은기간(18억7400만달러)과 견줘서는 80.0% 급증한 것으로, 이는 1999년 4분기(83.3%) 이후 21년6개월(86분기)만에 가장 큰 증가율이다.
윤경수 한은 자본이동분석팀장은 “여행객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1인당 사용금액이 많이 늘었다. 해외 현지 이동제한조치가 일부 완화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해외직구는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같은기간 내국인출국자수는 23만명으로 전년동기(12만명)대비 10만9000명 증가한 반면, 전분기(23만명) 보단 2000명 줄었다. 일평균 기준 구글 이동성지수는 1분기중 미국 -16.1%와 영국 -26.0%에서 2분기중 각각 –1.6%와 –3.5%로 개선됐다.
국제수지상 일반여행지급은 올 1분기 30억8000만달러에서 2분기 3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단순비교하기 어렵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1인당 카드사용액 추정치는 같은기간 1만3500달러에서 1만6100달러로 19.4% 늘었다. 반면, 해외직구는 1분기 12억7000만달러에서 2분기 10억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2분기중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에 대한 해외투자가 이슈가 됐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해외카드 사용액과 곧바로 대입하긴 어렵지만 최근 관세청이 유학자금으로 400억원을 송금하고 해외서 가상자산을 구매해 시세차익을 챙긴 대학생들을 적발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윤 팀장은 “일부 언론에서 그런 기사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공식적으론 못하게 돼 있다. 공식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가상자산 가격이 국내보다 해외가 싸다보니 그런 거래가 있었을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거주자의 국내 카드사용액은 8억6900만달러(9749억원)를 보였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7.9% 증가한 것으로 역시 6분기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