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 재정난으로 방출…비난도 거세
‘한국 축구 기대주’ 이강인의 RCD 마요르카(스페인)행이 결정된 가운데 이강인의 이적료가 '0'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0일(현지 시간) 마요르카는 공식 채널을 통해 이강인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2025년까지 4년 계약, 등번호는 19번이다.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호세 보르달라스 감독의 선임, 스페인 라리가 선수 등록 규정상 비유럽선수(Non-EU) 제한 등으로 이적이 확실시된 만큼 이적은 시간문제였다.
다만 국내 축구 팬과 발렌시아 팬들에게 충격적인 점은 계약이 1년 남아있던 이강인이 자유계약(FA)으로 팀을 옮겼다는 것이다.
이강인은 지난 2018년 여름 발렌시아와 2022년 여름까지 4년 재계약을 맺었다. 발렌시아는 당시 바이아웃으로 8000만 유로를 책정하며 이강인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출전 시간이 부족했다. 2018년 10월에 1군 무대에 데뷔한 이강인은 지난 시즌까지 리그 44경기 포함 총 62경기 출전에 그쳤다. 전술적으로 이강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감독들이 연이어 부임하며 입지가 좁아졌다.
라리가 선수 등록 규정도 영향을 끼쳤다. 라리가는 한 팀이 비유럽선수(Non-EU)를 최대 3명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강인은 기존에 이 3명에 포함됐지만 이번 여름 마르쿠스 안드레(브라질)가 영입되면서 선수 명단에서 배제됐다.
결국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지만 팀에서 활용할 수 없는 선수가 됐고, 재정난을 겪는 발렌시아는 선수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강인을 최대한 빨리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문제는 이강인 방출 과정에서 재정적인 발렌시아가 입게된 손실이다. 이에 발렌시아에 팬들의 비난이 거센 상황이다. 이강인을 내보내야 하는 발렌시아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이적료를 받고 내보내야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강인이 자신이 10년간 몸담았던 팀을 위해 마요르카에 셀 온 조항을 요청했고, 마요르카도 이를 수락했다고 알려지며 비판이 거세졌다. 셀 온 조항은 선수가 차후에 이적할 경우 발생한 이적료의 일부를 지급하는 계약 조항이다. 마요르카 측은 이강인의 요청에 따라 10%에서 최대 20%의 셀 온 조항을 포함해 계약을 맺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발렌시아가 안드레를 선수 명단에 등록하고, 이강인을 빼버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상대 팀에서 필요하지 않은 선수를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감내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팬들은 물론 발렌시아에 정통한 스페인 기자인 엑토르 고메즈도 팀을 비판했다. 고메즈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을 더 최악으로 만들어서 이적시키고 싶었던 선수는 한 푼도 못 받고 보냈다”며 “당신들에게는 0만 남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이적으로 어떤 수익도 얻지 못했지만 이강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출전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자신이 전술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팀을 신중히 선택해 이적한 만큼 이제는 자신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이강인을 영입한 마요르카는 9월 초 A매치 기간 이후 다음 달 12일 오사수나를 상대로 리그 4라운드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