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남양유업 매각 철회 왜?..."매각대금 불만ㆍ아들 경영권 유지 노려"

입력 2021-09-01 17:37수정 2021-09-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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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열린 '불가리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매각을 철회한 이유에 업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남양유업 측은 표면적인 철회 이유로 한앤코의 ‘계약 불이행’을 거론하지만 구체적인 계약 불이행 내용은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은 “경영권이나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지만 보직 해임됐던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가 등기이사로 복귀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한앤코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장남의 복귀는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던 홍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도 배치된다.

업계에서는 ‘헐값 매각’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만큼 홍 회장이 매각 대금에 불만을 가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한앤코측은 남양유업이 주장하는 계약 불이행은 없었다면서도 계약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헐값 논란에 대해 한앤코는 남양유업 주당 가격 대비 1.8배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에 ‘헐값’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홍 회장 측이 아들들에 대한 경영권 보장과 매각 대금을 추가적으로 요구했으나 한앤코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행상 이미 매각 대금이 결정된 사항에서 추가 금액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다만 홍 회장 측에서 경영권 외의 자산이 매각가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컨대 공장 부지와 남양유업 사옥 등 부동산에 대해 경영권(지분)과 별개로 매각금액을 별도로 책정해 줄 것을 요구했을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의 자산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9894억 원이고 연간 매출이 1조 원에 달하는 만큼 한앤코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매수자가 나타나 홍 회장의 변심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남양유업이 주장하는 한앤코의 비밀유지 위반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양사는 비밀유지 위반 사항이 적용된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 역시 법정 공방을 통해 진실이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남양유업은 한앤코와 매각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경영 쇄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른 만큼 매각 철회로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매각 발표 철회가 주가조작의혹으로 불거질 가능성마저 제기하는 상황이다.

매각철회냐 이행이냐라는 양측의 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이 과정에서 남양유업은 또다시 기업 가치 훼손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대리점 갑질과 불가리스 사태로 악화한 남양유업의 이미지가 이번 분쟁으로 한층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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