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의 대표가 납치됐다. 납치 현장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물론 실제 상황이 아니다. 영화를 방불케 하는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SSG닷컴의 새 광고다.
SSG닷컴 대표인 유지태가 납치되면서 시작되는 이 광고에는 유지태로 변장한 납치단이 기자회견에서 쓱배송 상품 1개를 주문해도 숫자 '00(공공)'을 더해 100개를 배송하는 것을 결정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이어 공개된 2편에서는 공유와 공효진 등 납치단이 광고판에 적힌 가격 뒤에 붙은 숫자 '00(공공)'을 지우는 작전을 통해 8400원인 피코크 초마짬뽕 상품을 84원에 판매한다.
숫자 '공공(00)'을 활용한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통해 '공공(公共)'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대작전'을 수행한다는 의미를 위트 있고 중독성 있는 영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광고는 공개와 동시에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공개하며 지원 사격에 나선 것도 한 몫을 했으나 무엇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정보와 재미, 두 마리를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2편까지 공개된 이 캠페인은 앞으로 3편이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인기 영화의 속편을 기다리는 것처럼 다음 편을 기대하고 있다.
이 광고는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일명 '병맛 광고' 캐논 파워샷 CF를 만들었던 돌고래유괴단이다. 축구선수 출신 방송인 안정환을 모델로 기용해 제작했던 캐논 EOS 750D 광고 영상은 MZ세대를 자극하는 'B급 감성'의 광고를 통해 단숨에 광고계를 평정했다.
"치열했던 나의 경기는 끝났다. 이제는 여유를 즐기는 법을 배울 차례다" 라는 안정환의 독백으로 시작한 이 광고는 축구하는 아이들을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안정환을 클로즈업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다음 신에는 도둑을 쫓는 경찰의 모습이 잡힌다.
이를 발견한 안정환은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며 도둑을 향해 캐논포를 발사하지만, 오조준으로 캐논포는 경찰을 맞히고, 안정환은 경찰에 연행된다. 화면 아래에는 #공무집행방해 #패닝샷 #콩밥 등의 해시태그가 흐른다.
자연사진을 촬영하는 안정환도 등장한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여유롭게 숲을 거니는 안정환 앞에 나타난 곰. "아이, 씨"라는 안정환의 투덜거림과 함께 그의 영정사진이 떠오른다.
광고주까지 빼라고 했던 '안정환 영정사진' 신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이 광고는 폐업 위기였던 돌고래유괴단을 기사회생 시켰다. 상업적인 성공 뿐만이 아니었다. 캐논 광고를 선보인 해 돌고래유괴단은 서울영상광고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대표는 이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캐논 광고의 제작 뒷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신우석 감독은 안정환의 캐논 광고에 대해 "사실은 안정환 선수 나왔던 광고가 나왔던 타이밍이 어떤 타이밍었냐면 만약 이게 안 터지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죽음을 소재로 하는 광고의 금기를 깨고 기존 광고 클리셰들을 전복시켜 반전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당시 이 광고는 매체비를 거의 쓰지 않고도 조회수 800만을 기록했다고 한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은 혼돈 그 자체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경쟁사들로 인해 이커머스업계에서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은 신규 고객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광고다. 경쟁업체인 마켓컬리는 배우 전지현에 이어 박서준을 모델로 발탁했으며 유튜브 광고에는 김슬아 컬리 대표를 직접 등장시켰다.
SSG닷컴은 돌고래유괴단과 손잡고 승부를 띄웠다. 캐논 광고 등을 통해 기존 관념을 뒤집는 참신한 감각을 선보인 돌고래유괴단과의 합작품으로 광고시장 뿐 아니라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