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만 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 지정을 마무리했지만 당장 급등하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입지가 3기 신도시 입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입주까지 최소 8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어서 공급 확대 효과를 누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14만 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하는 제3차 신규 공공택지 방안을 발표했다. 2·4 대책에서 예고했던 신규 공공택지(총 25만 가구) 계획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사태 여파로 발표가 미뤄진 물량이다. 당초 남은 물량은 13만1000가구였지만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대체 물량이 포함되면서 9000가구가 더 늘었다.
공급안의 핵심은 수도권 서남부다.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경기도 의왕·군포·안산(약 586㎡·4만1000가구), 동탄신도시 서북측 미개발 지역인 화성 진안지구(452㎡·2만9000가구)에서만 7만 가구를 확보했다. 지난 2월 1차 신규택지 입지로 발표한 광명·시흥지구(7만 가구)를 포함하면 수도권 서남부에서 무려 14만 가구가 쏟아지게 된다.
태릉골프장 대체 물량으로는 경기 남양주 진건지구(7000가구)와 구리 교문지구(2000가구)이 확정됐다. 그 외에 △경기 양주 장흥지구(6000가구) △대전 죽동2지구(7000가구) △세종 조치원지구(7000가구) △세종 연기지구(6000가구)등이 지정됐다. 이번 3차 발표를 끝으로 정부는 지난 2·4 대책 때 발표한 25만 가구에 1만 가구를 더해 신규택지 지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관건은 입주 시기다. 통상 주택시장에선 분양 혹은 입주가 이뤄져야 주택 공급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데 이번 3차 신규택지 물량의 실제 입주는 오는 2029년께야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무려 10년 뒤다. 내년 하반기에 지구지정, 2024년 지구계획이 진행되는 일정을 감안하면 2026년에나 입주자 모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3기 신도시처럼 토지보상 과정이 지연될 경우 입주까진 사실상 13년 안팎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 완공, 입주 등 공급 일정과 그로 인한 효과는 차기 혹은 그 뒤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입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공택지에는 택지지정 때마가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던 하남 감북, 김포 고촌지구 등이 일제히 제외됐다. 하남 감북지구는 서울 강남권 바로 옆 노른자 입지이고, 김포 고촌지구는 김포 한강신도시보다도 위치가 더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시장에선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서울 접근성이 택지 지정의 최우선 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같은 관측은 빗나갔다.
시장에선 정부가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의왕과 군포, 안산을 지정한 것을 두고 해당 부지에서 투기성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돌았지만 정부는 이같은 관측에 선을 그었다.
지리적으로 의왕·군포·안산지구는 3기 신도시는 물론 1기 군포 산본신도시보다 남쪽에 있다. 전문가들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정부는 이들 지역의 서울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역으로 생각하면 교통망 사업이 지연될 경우 이들 지역의 공급 확대 효과를 보는 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권 후반기에야 대규모 공급 대책이 나온 데다 서울 접근성도 다소 떨어져 급등하는 집값을 누그러뜨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