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무역적자 비중 90% 달해”
통화가치 추락에 인플레 폭등 조짐
마약 거래 등 지하경제 성장 우려…국제사회에 경고
사빗 전 차관은 아프간 경제 상황에 대해 “아무 대책 없이 현 상황대로 유지된다면 머지않아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모야 애널리스트 역시 “국가 재정이 붕괴 직전”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정상적인 무역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빗 전 차관은 특히 수입과 원조에 의존하던 아프간 경제 특성에 주목했다. 그는 “아프간 교역에서 무역적자 비중은 90%에 달한다.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수입됐다는 의미”라며 “이번에 30만 명 넘는 근로자에 대한 해외 지원이 중단됐고 수천 명의 아프간인을 고용해 괜찮은 급여를 제공하던 수백 개의 비정부기구(NGO)도 더는 아프간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아프간은 전체 노동력의 44%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전체 가구 60%가 여기서 소득을 내고 있다. 농업을 제외한 산업 대부분은 원조에 의존한다. 국가 차입은 4월 기준 7억8400만 달러(약 9071억 원)에 달해 지난해 전체 3억3800만 달러의 두 배를 넘은 상황이다.
아프간을 발판으로 경제 회복을 누리려는 주변국들에 대해선 사빗과 모야는 다소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모야 애널리스트는 “이번 기회로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탈레반과의 관계를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은 아프간과 기꺼이 무역할 것”이라며 “탈레반이 합법 정부로 승인되면 아프간에도 단기적인 구제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란이 아프간에 수출한 비석유 품목만 20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러나 사빗 전 차관은 “아프간의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고 빈곤 상황이 악화할수록 이란 품목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며 “이란의 대아프간 수출이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수년간 아프간으로 달러 유입이 원활했고, 이 중 일부는 교환거래를 통해 이란 통화에도 활력을 줬다”며 “이제 달러가 아프간에 유입되지 않는 만큼 이란도 추가적인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탈레반이 최근 뽑은 중앙은행 총재에 대해선 두 전문가 모두 “처음 들어보는 경험이 부족한 인사”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마약 거래 등 지하경제 활성화 조짐에 대해선 국제 사회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