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재건축 계획으로 새롭게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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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이라는 말이 있다. 대대로 유명한 인물을 낸 가문이 바로 명문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한국 주택시장의 명문은 어딜까? 이에 대해 대다수 사람들은 현재의 대치동을 지목할 것이다. 하지만 대치동이 한때 우리나라 최고 주거지역으로 군림했다면 이미 그 오래 전부터 부촌의 명예를 갖고 움직여 왔던 지역이 있다. 바로 압구정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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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의 바람이 거세다. 압구정동의 본류를 형성하는 곳은 단연 현대아파트다. 구현대 1~8단지와 현대사원, 신현대, 현대조합 등 10개 단지 1만여 가구가 밀집한 만큼 압구정은 곧 현대아파트의 동네다.
하지만 압구정의 한축을 형성하는 단지로는 한양아파트도 있다. 1~8차 8개 단지로 이뤄진 압구정 한양은 동호대교 남측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와는 달리 청담동과 접하는 성수대교 남측에 터전을 자리잡고 있어, 현대아파트 단지보다 더 '압구정' 스러운 단지로 꼽힌다.
이런 한양아파트의 성장세가 무섭다. 한양아파트와 현대아파트와 같은 압구정 아파트의 강점은 놀라운 하방 경직성. 압구정 아파트는 IMF당시에도 10%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탄탄한 수요층을 자랑한다.
즉 투자가치로 팔리는 아파트가 아닌 만큼 투자가치 약세가 집값 약세에 별다른 악재가 되지 않는 것이 압구정 아파트의 강점이다.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호재는 곧장 집값과 연결되는 지역이 바로 압구정이기도 하다.
최근 터져나온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계획의 일환인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재건축 계획은 압구정동의 가치를 한 층 더 높여준 계기로 꼽힌다.
압구정 아파트 중에서도 동호대교 기반의 현대보다는 성수대교 기반의 한양이 더 큰 포효성을 내고 있다.
이는 성수대교를 통해 마주하고 있는 강건너 뚝섬과 응봉동 등의 발전가능성이 동호대교 북단인 금호, 옥수동 일원보다 더 뛰어난데 따른 것이다.
특히 뚝섬은 향후 한강르네상스의 중심지가 될 것이란 점에서 구릉지에 아파트가 '심어져' 있는 금호, 옥수동을 능가한다. 이 것이 최근 한양아파트가 더욱 각광받는 이유다.
한양아파트는 지난 11.3 대책이후 전단지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중 한양5차 178㎡(54평)형은 이 기간 동안 무려 2억4000만원이 올라 전국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상승률로 따져도 이 아파트는 11.5%로 타지역 아파트를 압도하고 있다. 한양4차 228㎡(69평)형도 뒤이어 2위를 기록하는 등 11.3 대책 이후 두 달 반동안은 말그대로 압구정 한양의 전성시대가 오고 있는 셈이다.
압구정 아파트의 진정한 힘은 바로 재건축 기대심리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3.3㎡단위로 볼 때 전국 최고 아파트값은 강남구 개포동이다. 개포동은 올 1월 현재 3.3㎡당 4128만원으로 전국 동단위에서 유일하게 3.3㎡당 4000만원을 넘어섰다. 반면 압구정동은 3.3㎡당 3849만원으로 이보다 200만원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하지만 저층 아파트 위주로 재건축 기대심리가 만연한 개포동은 11.3대책의 최대 수혜처로 꼽히는 곳. 반면 중층아파트인데다 재건축 연한이 됐어도 이렇다할 재건축 움직임이 없는 압구정동은 오히려 재건축을 마친 도곡동이나 대치동보다 3.3㎡당 8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 것이 바로 전통 명문의 힘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치동의 힘은 재건축 아파트인 은마가 아니라 선경, 우성 등 오래된 대형평형 아파트라고. 하지만 압구정동은 대치동의 선경, 우성과 같은 아파트가 20개 단지 이상 있는 곳이다. 애초에 비교자체가 힘든 것이다.
한양아파트가 위치한 성수대교 남단 압구정동 동측은 강남의 한 복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곳에서 전통의 명문 한양은 과거의 명성을 다시금 되찾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