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남녀 분리하라는 탈레반 지침 때문"
아프가니스탄의 대학 강의실 한가운데에 커튼이 등장했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가을 학기 개강에 맞춰 각 대학에서 "남녀를 분리해 수업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각 대학에 여학생 출입문 구분, 여학생에게는 여교수가 강의, 남녀 따로 강의실 배정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문서로 내려진 해당 지침에는 여학생에게 얼굴을 뺀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긴 통옷인 아바야를 입고 히잡을 쓰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남녀 따로 강의실을 배정하기 어려운 경우, 커튼으로 남녀를 구분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지침이 탈레반의 공식 입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카불, 칸다하르, 헤라트 등 아프간 주요 도시에 위치한 대학 강의실에서 커튼으로 남녀를 구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위터 등 SNS에서 화제가 된 회색 커튼 강의실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는 아비센나 대학이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강의실 한가운데 회색 커튼이 내려진 채 한쪽엔 남학생만, 다른 쪽엔 아바야와 히잡으로 전신을 가린 여학생이 따로 앉아 있다.
아프간 내 대학에는 1시간짜리 수업을 30분씩 나누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성 교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녀 분리를 위해 강의를 나눈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헤라트대학의 한 언론학 교수는 30분 동안 여학생을 먼저 가르치고, 이들이 나가면 남학생에게 30분씩 강의를 한다.
여성 교원 확보가 어려운 경우 교단에 섰던 경력이 있는 '노인' 남성으로 대체하는 것을 허용했는데, 이 규정은 탈레반의 아프간 첫 통치가 끝난 2001년 이후 급증한 사립 대학들에 적용된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 장악 후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커튼' 촌극이 벌어지는 등 여성 인권이 제한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탈레반 교육 당국은 4일 무슬림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착용하는 히잡 대신, 목부터 전신을 가리는 아바야를 입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이 경우 여성은 눈만 드러내게 되는데, 히잡보다 활동이 제약될 수밖에 없으며 자기 개성도 드러내기 어렵다.
아울러 아프간에서는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총격을 받아 사망하거나 임신한 여성 경찰이 가족들 앞에서 살해당한 소식도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