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폭락장에서 우량주 저가 매수를 학습한 ‘동학개미’가 기업 악재가 터질 때마다 이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 규제 리스크, 신작 부진 등 대형주가 변수에 휘청일 때마다 아랑곳하지 않고 사들이고 있다. 최근 외인 수급이 장세를 이끌면서 외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투자자가 받아내는 모양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개인투자자는 카카오를 6262억 원, NAVER를 3506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정부·여당이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시사하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물타기’, 즉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정부발 빅테크(대형 인터넷 기업) 규제 소식에 외국인, 기관은 보유 물량을 쏟아내며 카카오(-10.1%), NAVER(-7.9%) 하락을 이끌었다. 특히 외국인은 카카오, NAVER를 각각 4356억 원, 2290억 원 어치 팔아치웠다. 두 회사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13조 원 가까이 증발했고, 당일 코스피지수 감소분에서 77%를 차지했다. 9일 장중에도 NAVER, 카카오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우려하는 투자 요소가 정부의 규제라고 설명한다. 금융당국은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페이 등에서 제공하고 있는 펀드, 보험 상품 등의 판매를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행위로 판단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빅테크에 반독점 규제를 적용하자 기업가치가 떨어진 것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 빅테크 규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가시적인 제재가 언급되자 낙폭이 커졌다고 부연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전날 블록딜 이슈로 주가가 떨어진 카카오뱅크(637억 원), 신작 출시 후 논란이 커진 엔씨소프트(439억 원)도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상위 기업이다. 엔씨소프트는 주가가 급락하자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지만, 주가 부양엔 실패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특정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여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빅테크 기업의 빠른 성장세를 막을 수 없다고 제시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중개에 대한 규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번 규제는 사모펀드 이슈에서 촉발된 소비자 보호 관점의 성격이 좀 더 강하다”며 “빅테크에 대한 일시적인 규제 강도 조절일지, 장기적 추세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테크기업에 대한 규제는 디지털세, 개인정보 활용 금지, 인수합병 제한, 부당행위 과징금, 구조적 분할 등으로 논의됐지만, 알파벳,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연초 대비 30~60% 상승했다”며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자는 논의는 단기적으로 규제 관련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 가치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 성장성과 영업 레버리지 강화 추세를 막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