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무죄·면소로 인정된 일부 혐의를 유죄 취지로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배 전 기무사령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배 전 기무사령관은 부하 장교들과 공모해 인터넷여론조작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치관여 글을 게시하는 등 여론조작을 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정부 비판, 기무사에 대한 의혹 제기 등을 한 닉네임(ID)을 신원 조회한 혐의를 받았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녹취요약본을 보고하고 기무사 대원들을 동원해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반대하는 성향의 웹진(인터넷 잡지) ‘코나플러스’를 45차례에 걸쳐 제작한 혐의 등도 있다.
재판에서는 배 전 기무사령관의 행위가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배 전 사령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나는 꼼수다’ 녹취 보고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대통령·정부 비판 관련 일부 범행과 기무사 의혹 제기 관련 범행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는 무죄 또는 면소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에서 무죄·면소로 본 일부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배 전 기무사령관과 공범들이 대북첩보계원 등에 대해 온라인 여론조작 트위터 활동을 지시한 행위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이 범행 일부가 공소시효 7년이 지나 면소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동일한 사안에 관해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해 행해진 것이므로 포괄해 하나의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북한군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트위터 활동을 지시한 행위는 “실무담당자들이 행한 활동을 배 전 사령관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며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했다.
원심에서 면소 판단된 대통령 비판 관련 범행 일부도 “포괄해 하나의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며 “별도로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코나플러스’ 제작을 지시한 행위도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