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친모와 생활하던 자녀를 데려간 뒤 연락을 끊은 남성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일 미성년자유인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면접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친모 B 씨와 생활하던 자녀를 한국으로 데려왔다. A 씨는 면접교섭 기간이 종료됐는데도 자녀를 프랑스에 있는 B 씨에게 데려다주지 않고 연락을 끊었다. A 씨는 가정법원의 유아인도 명령에도 불응했다.
검찰은 A 씨에 대해 주위적으로 미성년자유인, 예비적으로 미성년자약취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은 “A 씨의 행위는 B 씨의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고 피해 아동의 의사에 반해 자유로운 생활 관계, 보호 관계로부터 이탈시켰다”며 미성년자약취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징역 1년의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A 씨의 행위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피해 아동을 의사 등에 반해 자유로운 생활 등으로부터 이탈시켜 자기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적극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형법상 미성년자약취죄의 약취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면접교섭 기간이 종료했음에도 양육친에게 데려다주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자 약취죄가 항상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A 씨의 목적, 의도, 당시 정황, 피해자 상태 등을 고려하면 유죄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작위에 따른 약취행위와 형법적으로 같은 정도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형법상 미성년자약취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며 “부작위에 의한 미성년자약취를 인정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의 분쟁 상황에서 미성년자의 자유와 복리를 충실히 보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