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vs. 민간 가상자산…주도권 다툼 본격적 시작

입력 2021-09-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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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데이터 일체 '캐시리스 신시대' 중앙은행 지위 흔들
민간, 금융 편리성 강화…중앙은행, CBDC로 맞서

▲중국 베이징에서 9월 5일 열린 중국서비스무역교역회에서 직원들이 디지털 위안을 시연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통화와 데이터가 일체화한 ‘캐시리스 신시대’를 맞아 국가 통화주권을 둘러싼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통화 주권과 질서를 지키고 싶은 중앙은행과 가상자산(가상화폐)을 필두로 금융 서비스 편리성을 강화하는 민간의 경쟁이 그 결과에 따라 디지털 시대 화폐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진단했다.

베이징 시내 맥도날드 매장에서 고객들은 스마트폰 앱에 표시되는 ‘디지털 위안’으로 쉽게 결제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은 민간이 아닌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CBDC)’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 거래 총액은 345억 위안(약 6조2638억 원)에 달하며 스마트폰에 저장된 디지털 위안 지갑은 2087만 개에 이른다. 중국당국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려 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 앞서 법정통화의 디지털화를 단행하는 것이다.

중국은 신용카드와 전자결제 비율이 약 70%에 달하는 캐시리스 대국이다. 국가가 화폐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통화 주권이 민간으로 옮겨져 금융정책 등의 효과가 약화하는 것을 경계해서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중국 양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10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안고 있다. 전자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 신용정보나 개인 행동이력은 알리바바와 텐센트로 흡수된다. 당국의 최근 빅테크 기업에 대한 무지막지한 단속과 규제에는 새 전자결제 서비스가 촉발한 불안도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 세계 약 27억 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은 2019년 자체 디지털화폐인 ‘리브라’ 계획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법정화폐에 기반을 둔 ‘스테이블 코인’ 리브라는 환율 변동의 극대화를 우려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현재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를 대폭 축소한 ‘디엠’을 추진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7월 중순 “디지털 유로 연구에 기어를 올릴 것”이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주도의 CBDC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을 천명했다. 현재 유럽에서 펼쳐지는 캐시리스의 주역은 ‘비자’ 등 미국 카드업체다. CBDC로 그 격차를 뒤집지 못하면 유로의 존재감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라가르드 발언 배경이라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는 기원전 670년께 아나톨리아(현재 터키)에서 나왔다. 10세기에는 중국 북송이 지폐를 사용하기 시작, 상거래와 무역이 전 세계로 단번에 퍼졌다. 법정통화의 디지털화는 인류 역사상 ‘제3의 캐시 혁명’으로 그 미래를 쥐고 싶은 중앙은행과 민간의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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