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외화예금이 넉달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정 운송대기업의 수출대금 예치가 영향을 미쳤다. 반면, 달러값 상승(원화값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에 개인들은 석달째 차익실현에 나섰다. 잔액 역시 190억달러를 밑돌며 10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전월말보다 4억7000만달러 증가한 926억달러를 기록했다. 4월말 948억3000만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석달째 감소해왔었다.
주체별로 보면 기업은 7억4000만달러 늘어 736억6000만달러를 보였다. 역시 넉달만에 증가세다. 반면, 개인은 2억7000만달러 축소된 189억4000만달러로 석달연속 감소했다. 이는 또 작년 10월(185억9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다.
통화별로 보면 미달러화예금은 7억달러 증가한 803억8000만달러로 석달만에 늘었다. 기업은 9억4000만달러 증가한 631억9000만달러를, 개인은 2억4000만달러 감소한 171억9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운송관련 대기업에서 수출대금 및 결제대금을 예치한 반면, 개인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감소했다.
실제 7월말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월말보다 9.2원(0.8%) 오른 1159.5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9월말(1169.5원) 이후 최고치다.
윤경수 한은 자본이동분석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예금을 중심으로 늘었다. 운송관련 큰 기업에서 경상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한꺼번에 5~6억달러씩 예치한 영향이다. 한두곳만 들어와도 거주자외화예금은 늘어난다”며 “반면 개인은 환율이 오르면 줄어드는 패턴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9월에도 환율이 안정적이지 않다. 환율 패턴대로라면 줄어들 수 있겠지만, 더 오른다는 기대가 있다면 (차익실현을) 늦출수도 있다. 추석연휴도 겹쳐있다. 긴 연휴 후 장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예금은 8000만달러 늘어난 15억4000만달러를 보였다. 반면, 유로화예금은 1억3000만달러 감소한 40억달러로 작년 9월(38억6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엔화예금은 1억달러 줄어든 49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8월(47억6000만달러) 이래 가장 적었다. 영국 파운드화와 호주 달러화등 기타통화예금은 8000만달러 감소한 17억4000만달러를 보였다.
이밖에도 은행별로 보면 국내은행은 2억2000만달러 증가한 813억달러를, 외은지점은 2억5000만달러 늘어난 113억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