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으로 청약 자금 부담 커질 듯
정부가 비(非)아파트 규제를 풀고, 분양가 규제의 허들을 낮추기로 하면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 빗장을 풀어 공급 확대 효과를 노릴 수는 있겠지만 분양가도 함께 뛰면서 그 부담을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 15일 도심 주택 공급 확대와 분양가 상한제 심의 기준을 개선하는 내용의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용면적 85㎡로 제한했던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설치 허용 면적 기준을 전용 120㎡까지 확대하고,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전용면적 제한 기준을 현행 50㎡에서 60㎡로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신규 분양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혔던 분양가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지방 광역시에 주로 적용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제도는 단지 규모와 브랜드 등이 비슷한 인근 사업장의 시세를 반영해 분양가가 책정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심의 기준을 구체화해 지방자치단체와 심의위원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규제 빗장 풀기로 주택 공급에는 어느 정도 물꼬가 트이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분양가를 둘러썬 건설업계와 주택 수요자들의 온도 차는 확연히 다르다. 그간 각 지역에서는 분양가 산정 문제를 두고 지자체와 사업자 간 샅바싸움이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분양이 지연되고 있는 물량이 최대 4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에서 분양가 상한제에 막혀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물량이 6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이번 규제 완화에 이들 물량이 조기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집값이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비교 사업장의 규제 기준을 개선할 경우 새 아파트 분양가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청약자들의 자금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는 반발 여론이 거센 이유다.
대표적으로 분양가 책정 문제로 분양이 차일피일 미뤄진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총 1만2032가구)의 경우 당초 HUG가 보증한 분양가는 3.3㎡당 2978만 원이었다. 재건축 조합이 자체적으로 용역을 실시해 추산한 분양가는 3600만 원 안팎이다. 그러나 이번 분양가 심사 기준 완화로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의 분양가는 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집값은 너무 비싸고, 금융권 대출은 막힌 상황에서 분양가마저 높아지면 내 집 마련은 이제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불만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전날 규제를 크게 완화한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정부의 분양가 통제 밖에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이 HUG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공급된 주택 중 단위면적당 분양가가 가장 비싼 10곳 중 8곳이 도시형 생활주택이었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도시형 생활주택 '더샵 반포 리버파크'의 분양가는 3.3㎡당 7990만 원에 달했다.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3.3㎡당 5273만 원)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오피스텔 역시 상업ㆍ업무용으로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 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앞으로 대안주거 시설로 각광을 받겠지만, 고분양가로 공급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도시형 생활주택은 아파트 부지보다 좁은 자투리땅에서도 공급할 수 있는데다 건설 기간도 짧는 등 사업 조건이 덜 까다로워서 시행업체들이 배짱 분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분양가 상한제와 고분양가 관리제도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준을 정할지 HUG의 발표가 나오니 세부적인 발표를 기다려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