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본국 소환은 전례없는 일”
미국·영국·호주가 새롭게 출범한 안보 동맹 오커스(AUKUS)에 반발한 프랑스가 '자국 대사 소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커스 결성으로 호주가 프랑스와 맺은 잠수함 도입 계약을 파기하고 미국과 영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핵잠수함 보유하기로 하자 강력 항의에 나선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17일(현지시간) 미국과 호주의 결정을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그 결과는 동맹과 파트너십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하면서 두 국가에 주재 중인 프랑스 대사들을 즉각 소환했다고 밝혔다.
르드리앙 외교장관은 이번 결정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협의차 두 대사를 소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프랑스가 핵심 동맹국이자 우방인 미국과 호주의 대사를 소환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프랑스와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전쟁 등 일부 국제문제에 때때로 이견을 보였지만 현지에 있는 대사를 소환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3국 정상은 지난 15일 인도·태평양에서 안보 협력 강화와 정보기술 공유의 심화를 목표로 한 협력체 오커스 출범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불똥이 프랑스에 튀게 됐다. 앞서 2016년 프랑스 군함제조업체 네이벌그룹(Naval Group)은 호주와 12척의 디젤 잠수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모리슨 호주 총리를 파리로 초청해 해당 안건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커스 출범으로 사실상 이 계약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됐다.
이에 르드리앙 외교장관은 "이같이 야만적이고, 일방적이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정은 등에 칼을 꽂는 짓"이라며 "우리는 호주와 신뢰 관계를 구축했으나 이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반발했다.
프랑스의 대사 소환과 관련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이 프랑스와 이 문제와 관련해 긴밀히 접촉해 왔다면서 유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