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취임 후 5번째이자, 임기 마지막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회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유엔 동시 가입으로 남북한은 체제와 이념이 다른 두 개의 나라라는 점을 서로 인정했지만 결코 분단을 영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교류도, 화해도, 통일로 나아가는 길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남북한과 주변국들이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훗날 협력으로 평화를 이룬 ‘한반도 모델’이라 불리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선 “북한 역시 ‘지구공동체 시대’에 맞는 변화를 준비해야만 한다”며 “국제사회가 한국과 함께 북한에 끊임없이 협력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고령인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헤아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하루빨리 추진돼야 한다”며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같은 지역 플랫폼에서 남북한이 함께할 때 감염병과 자연재해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코백스(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에 2억 달러를 공여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겠다”며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의 한 축을 맡아 코로나 백신의 공평하고 빠른 보급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한국은 기후 분야 공적개발원조(ODA) 확대와 함께, 그린 뉴딜 펀드 신탁기금을 신설하여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지원하겠다”며 “개발도상국이 기후위기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이어 “2023년 COP28(제28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을 유치하고자 한다”며 “파리협정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오후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에 참석하기 위해 하와이로 출발했다. 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1일 밤 호놀룰루에 도착해 여정을 풀고 이튿날인 22일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