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도소매업서 이탈, 재취업 어려움 지속…비경제활동 장기화 시 항구적 이탈 가능성
30대 고용여건이 좀처럼 개선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조업 호조에 전반적인 고용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기에도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30대는 기존 구직자의 상당수가 취업준비생 등 비경제활동인구로 이탈하는 상황이다.
이투데이가 22일 국가통계포털(KOSIS)과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30대 ‘쉬었음’ 인구는 31만8000명으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으나 병원 치료나 육아·가사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구직활동 자체가 없기에 경제활동인구인 실업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부터 18개월 연속 증가세다. 인구 감소로 취업자가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 쉬었음 인구는 늘어나는 아이러니다. 무엇보다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는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보다 6.3% 증가했다. 일할 능력과 무관하게 비경제활동 기간이 길어지면,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구직단념자’가 될 우려가 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30대 취업자 수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 감소”라면서도 “30대 취업 비중이 큰 도·소매업종의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고, (최근 회복세를 띠는) 제조업에서도 (30대가 아닌) 60세 이상이나 청년층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경우, 취업자 연령대가 30대에서 20대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실적 악화로 30대가 일자리를 잃었지만, 회복 이후에는 신규채용 위주로 고용이 회복된 탓이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중 30대 비중은 23.8%로 전년 동월보다 1.1%포인트(P) 하락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등 일반적인 기업의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업무나 상황에 따라 고용 조건을 변화시키기 어려워 타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이 60세 이상의 고령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30대에선 쉬었음 인구에 더해 취업준비생도 17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6.9% 급증했다. 역시 역대 최대치다. 취업준비생은 취업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기관에 다니는 인구로, 취업시험이 없는 달에는 구직활동 자체가 없기 때문에 쉬었음 인구처럼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30대 취업준비생 증가는 쉬었음 인구와 비슷한 문제를 갖는다. 취업준비생 중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취업 실패가 누적되면 항구적으로 경제활동인구에서 이탈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