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전기요금이 오르는 데 이어 도시가스와 대중교통 등 다른 공공요금도 잇따라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활물가 급등이 우려된다. 공공요금은 그동안 낮은 오름폭으로 통제돼 전체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왔으나, 누적된 손실로 강한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연쇄적인 요금인상이 현실화하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 목표인 1.8%를 훌쩍 넘어 2%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
물가는 이미 고공행진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8월 물가상승률은 1년 전 대비 2.6%였다. 지난 4월 2.3% 이후 5개월째 2%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7.8%)과 공업제품(3.2%), 외식 등 개인서비스(2.7%) 상승률이 높았고, 전기·수도·가스요금(0.1%), 고교 납입금과 통신요금 등 공공서비스(-0.7%)가 낮았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이 kWh당 3원 올라 8년 만의 인상이 결정됐고, 다른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작년 7월부터 동결되어온 주택용 도시가스가 4분기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LNG(액화천연가스)의 국제 가격이 급등해 더 이상 요금인상을 억누르기 어려운 실정이다. 10년간 묶였던 철도요금의 인상 압박도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승객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철도공사는 작년 1조3427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1조1779억 원 결손이 예상된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등의 인상요인도 많다.
게다가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인 오름세를 나타내는 양상이다. 수요 증가와 공급망 차질로 알루미늄·구리·니켈·아연 등 산업금속 가격도 큰 폭 상승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와 뉴욕상업거래소 기준으로 올 들어 천연가스가 102.4%, WTI(서부텍사스원유) 52.5%, 알루미늄 47.8%, 구리 20.7%, 니켈 15.9% 뛰었다. 우리 수입물가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20.79(2015년 100기준)로 1년 전에 비해 21.6%나 올랐다.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이는 공산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올 들어 8월까지 소비자물가의 누계 상승률이 이미 2.0%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관리목표인 1.8%를 지키는 것은 물 건너갔다. 올해 연간 상승률이 2%를 넘기면 지난 2012년(2.2%) 이래 최고치다. 코로나 사태의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소득은 늘지 않고 물가가 뛰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인플레 국면에 들어섰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가 계속 재정을 푸는 상황에서 물가 방어의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서민경제의 어려움만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 급등에 대한 정부의 비상한 상황인식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