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유대란 등 유럽도 전력난...브렌트유 3년 만에 최고치
미국은 부채 한도 유예 놓고 양당 갈등
옐런 "내달 18일 넘기면 사상 첫 디폴트"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헝다는 이날까지 4750만 달러(약 562억 원) 상당의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시장에선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헝다는 회사가 보유한 성징은행 지분 19.93%를 약 99억9000만 위안(약 1조8000억 원)에 국영기업 선양성징금융투자그룹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이자 상환에 쓰는 것이 아니라 전액 성징은행에 빌린 돈을 갚기로 했다. 헝다는 지난주에도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8350만 달러를 지급하지 못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헝다 신용등급을 종전 ‘CC’에서 ‘C’로 강등했다. 이는 디폴트 수준인 ‘DDD’와 한 단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 전력난까지 터졌다. 중국은 최근 당국의 강도 높은 탈 탄소 정책으로 인해 전력 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장들이 멈추면서 글로벌 공급망 혼란도 심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줄줄이 중국 경제성장률을 하향했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2%에서 7.8%로 낮췄고 노무라증권 역시 8.2%에서 7.7%로 내렸다. 차이나르네상스의 브루스 팡 애널리스트는 “전력난이 장기화할 경우 전망치는 0.1~0.1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며 “이는 에너지 집약 산업뿐 아니라 지역 경제와 서비스업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TTF는 지난달 말 메가와트시(㎿h)당 50유로(약 6만9000원)를 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오른 수준으로, 이달에도 급등해 한때 70유로를 웃돌기도 했다.
브렌트유는 전날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서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말까지 80달러 돌파를 예상했던 골드만삭스는 90달러로 전망치를 상향했다.
영국에선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여파에 연료를 운송하는 트럭 운전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휘발유 대란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선 주유소마다 긴 줄이 늘어져 있고 사재기와 새치기로 난장판이다.
미국은 의회가 부채 한도 협상에 실패하면서 연방정부가 셧다운은 물론 디폴트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재무부와 월가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전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내달 18일경엔 부채한도 초과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 조처가 사실상 종료되고 재무부엔 한정된 자원만 남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사상 최초로 디폴트를 선언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부채 한도는 1960년 이후 78차례 상향되거나 유예됐다”며 양당에 초당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주요 은행들도 경고에 나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JP모건은 디폴트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폴트가 금융 시장과 자본비율, 고객 계약과 신용등급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했다”며 “나는 모든 상황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행 중인 올해는 부채 한도 문제가 평소보다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며 “2011년 주식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때만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디폴트가 되면 미국 내 일자리 600만 개가 감소하고 주가는 현 수준의 3분의 1로 급락하며 가계자산 15조 달러가 증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베스 앤 보비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의회가 부채 한도를 올리거나 유예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렇지 않으면 디폴트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보다 더 악화해 글로벌 시장과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