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백파더 접어야겠다”
천하의 백종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접어야겠다고 선언하게 한 그 존재. 무려 20년 만에 새 옷을 입고 돌아온 고전 명작. ‘디아블로2’가 ‘디아블로2: 레저렉션’으로 돌아왔습니다.
코로나19 일상에 무료함을 보내던 직장인들이 집에만 돌아오면 모두 컴퓨터 앞으로 집결하게 한 그 게임이죠. 학창시절 친구들과 우르르 피시방으로 몰려가 마치 약속한 듯이 접속했던 ‘디아블로2’. 그 시절 그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3040세대들이 흠뻑 빠진 건데요.
30~40대는 지금보다 더 ‘게임’을 ‘도박’처럼 여기던 부모님들의 눈을 피해 디아블로2를 즐겼던 강인한 세대입니다. 그 구박의 세월을 지나 당당히 내 게임을 누릴 수 있는 어른이 됐는데요. 하지만 어른이 된 현재는 여유도 몰두했던 게임도 사라졌죠. 그 헛헛한 마음을 알아챈 걸까요? 내 기억 속 소중하고 애틋한 첫사랑이 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더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말입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4일 ‘디아블로2’와 확장팩 ‘파괴의 군주’를 포함한 리마스터 버전 액션 RPG ‘디아블로2: 레저렉션’를 출시했는데요. 최대 4K의 해상도와 7.1 돌비 서라운드 오디오 등을 갖춰 최신 하드웨어 성능을 활용할 수 있게 개발됐습니다.
게임 유저들을 진정으로 신나게 한 건 그 추억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건데요. 기존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고 화면만 선명해지고 더 세밀해진 리마스터 형태로 출시됐죠. 기존 사용자들의 격한 환호를 받는 이유입니다.
유저들의 박수를 받는 이유는 또 있는데요. ‘디아블로2’에서 불편했던 부분들을 수용, 더 친절하게 바뀌었습니다.
가장 친절해진 부분은 위에 언급했듯, 눈이 번쩍 띄는 화면인데요. 3D 그래픽과 4K 해상도를 지원합니다.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3D 렌더링과 최대 4K의 해상도와 7.1 돌비 서라운드 오디오까지 업그레이드됐죠. 리마스터링 과정에서 디아블로 고유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온 뒤 ‘디아블로2’ 당시 부족했던 세세한 디테일을 갖췄습니다.
심지어 과거 기분을 느끼기 위한 ‘친절 버튼’도 추가됐는데요. 클릭 한 번에 원작과 리마스터 버전을 교체할 수 있는 ‘레거시 토글 버튼’도 있죠.
게임 편의성도 개선됐습니다. 개인 창고가 48칸에서 100칸으로 확장됐고, 계정 공유 창고도 300칸이 추가됐는데요. 금화 또한 자동 금화 습득 기능도 생겼습니다. 하나하나 금화를 줍던 과거 하찮은 내 캐릭터는 이제 안녕이죠.
캐릭터 만료 기간도 없습니다. 단 캐릭터 생성은 20개로 제한됩니다. 방 생성 제한도 없고, 카우킹을 잡아도 카우방 생성도 가능합니다. 자동으로 게임에 참여하고, 자동으로 초대하는 시스템도 구축됐죠.
그리고 래더플레이(순위 경쟁) 뿐 아니라 비래더플레이를 통해서도 과거에는 래더 전용이었던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됐는데요. 과거 디아블로 고수들이 래더 플레이를 즐겼던 가장 큰 이유는 유니크한 아이템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죠. 6개월 이내에 래더 아이템을 얻지 못한다는 건, 내 캐릭터가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레저렉션에서는 래더플레이와 관계없이 모든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캐릭터 및 아이템의 스탯 확인도 쉬워졌는데요. 스탯 창 옆에 어떤 아이템 효과가 적용되었는지 확인 가능한 어드밴스드 스탯 창이 추가됐죠. 현재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으로 어떤 스탯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어졌습니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배려는 바로 이거겠죠. PC는 물론, 닌텐도 스위치, PS, XBOX 콘솔에서 작동합니다. PC에서 게임 패드로도 즐길 수 있죠. 플랫폼 간 진척도 공유도 지원합니다. 배틀넷 계정과 플랫폼별 별도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으면 배틀넷 클라우드로 계정 정보를 저장해 진척도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PC에서 플레이한 그대로 이어서 스위치로 진행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시작은 불만이 더 많았다는 사실 아시나요? 게임성이나 리마스터 자체의 문제가 아닌 서버관리에서 터져 나왔는데요. 발매 당일부터 잦은 렐름 다운은 물론 이유 없는 튕김 현상과 캐릭터의 롤백 현상도 아직도 일어나고 있죠.
또 우리에게 어색한 ‘번역’도 불만이 나왔습니다. ‘디아블로2’ 때의 음역이 아닌 완역된 부분이 많아져(오히려 친절해졌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 영 입에 붙지 않는 명칭인건데요. 캐릭터명부터 각종 아이템, 몬스터의 이름까지 다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베타버전에서 ‘뼈파괴자’와 ‘찬까마귀’, ‘나무머리 목주먹’ 등의 괴리감을 자아냈던 몬스터들은 정식 버전에서는 ‘본브레이커’, ‘콜드크로우’, ‘트리헤드 우드피스트’ 등 기존의 영문명을 되찾았습니다.
그래도 명작은 명작, 고전은 고전의 그 위치를 놓치지 않았는데요. 피시방 시장조사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3일 기준 피시방 점유율 7.44%를 기록, 2위에 올라섰습니다. 넥슨의 ‘서든어택’(3위),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4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5위)를 모두 뛰어넘은 수치죠.
4만8000원의 패키지 비용만 지급하면 무제한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흥행요소인데요.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금액이지만 추억을 회상하는 3040세대에게는 그저 ‘혜자 가격’이라 칭송받습니다.
구박쟁이 게임이 친절하면서도 다정하게 다가온 이 기분. 오늘도 칼퇴각, 내 게임을 즐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