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대립각’ 헌재 결정에 탈퇴 불안 고조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10일(현지시간) EU에 계속 머물기를 원하는 시민 10만 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주최 측은 수도는 물론 100개 이상의 도시와 마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 배경은 7일 헌재 결정에 있다. 헌재는 “폴란드 내에서는 EU 조약과 결정보다 헌법이 우위”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EU 법이 국내법보다 우선한다는 EU 핵심 원칙을 거부한 것이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헌재 결정 후 페이스북에 “우리는 다른 나라와 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권리가 존중되기를 바란다”고 옹호 글을 올렸다. 다만 그는 “폴란드의 위치는 유럽 국가 가족 안에 있으며 앞으로도 이럴 것”이라며 “우리 당은 일부 사람이 ‘폴렉시트’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이는 폴렉시트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야당 정치인과 시민 운동가, 예술가들이 시위를 주도했으며 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지냈으며 현재 제1야당인 ‘시민연단’ 대표인 도날트 투스크는 “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이 유럽 안에서의 폴란드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시민들은 이를 방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여당이 EU를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며 “그들은 처벌받지 않고 민주주의 규칙을 위반할 수 있다”고 성토했다.
1944년 나치 독일의 점령에 대항한 바르샤바 봉기를 주도했던 94세의 완다 트라치크-스타우스카도 “여기는 우리의 유럽이고 아무도 우리를 빼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우익 포퓰리즘 정부는 성 소수자 권리에서 사법적 독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에 대해 EU와 각을 세우고 있다. 폴란드 국영방송인 TVP는 이날 시위를 취재하면서 방송 화면 하단에 “폴란드 헌법에 반대하는 시위”라는 부정적인 자막을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