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표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턱걸이 과반’으로 경선 일정은 마무리됐지만 중도 사퇴 후보자들의 무효표 처리 방식을 두고 당헌·당규 해석이 계속해서 엇갈리고 있다. 이에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의를 제기하며 사실상 경선 불복으로 번졌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도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무효표를 모두 유효처리하면 이재명 경기지사의 득표율은 49.32%로 과반에 미달한다”며 “잘못된 무효표 처리를 바로잡고 결선투표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서울 경선을 끝으로 막이 내린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후보는 총 유효투표수 143만1593표(무효표 2만8399표 제외) 중 50.29%(71만9905표)의 득표율을 기록, 과반에 턱걸이하며 결선투표 없는 본선 직행을 확정 지었다. 이를 놓고 이 전 대표 측에서는 경선 중도 포기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2만3731표)와 김두관 의원(4411표)의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해 총투표수에서 제외한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은 “당 선관위는 이미 유효투표라고 당시에 발표했는데 나중에 갑자기 두 후보의 유효표를 빼 버렸다”며 “의도했다면 부정선거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실수이자 착오”라고 주장했다.
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민주당 중앙당사를 방문해 이의신청서를 정식 접수한 뒤 “당 지도부에 선관위에 이의제기하는 이유서를 방금 전달했다”며 “최고위에서 결선투표를 위한 이의제기에 대해서 즉각적인 수용을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중도 하차했던 김두관 의원은 “혼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우리 당의 대선 경쟁력은 하루하루 떨어질 것”이라며 “이낙연 후보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재명 후보에게 축하를, 다른 후보들께는 격려와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당 대표는 이재명 후보와 대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재명 후보를 20대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며 “대한민국은 헌법에 따라 운영되는 것처럼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운영된다”고 말했다. 특별당규에 따라 후보가 확정된 만큼 재고할 여지는 없다는 취지다. 송 대표는 “결과를 수용하는 게 마음 아프다”면서도 “(특별당규는) 제가 대표 때 만든 게 아니다. (경선 결과는) 이해찬 대표 시절 만들어 지난해 8월 이낙연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할 때 통과된 특별당규에 의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민주당 내 경선 결과에 대한 논란을 두고 이 지사를 향해 공세를 펼쳤다.
원희룡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엔 민주가 없다. 제2 사사오입으로 ‘반쪽짜리 대선 후보’가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정부 때 개헌안 투표를 하며 의결정족수를 반올림해 강행 처리한 ‘사사오입’ 사건과 비슷하게 이 지사의 승리를 확정지은 경선 표 계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의원도 전날 민주당의 무효표 계산에 대해 “잘못된 계산 방법”이라고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