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즌2로 돌아왔던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종회는 최고 시청률 14.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메디컬 드라마로 병원이라는 곳에서 20년지기 친구들의 케미를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이 중심에는 드라마를 이끈 신원호 PD가 있다.
신원호 PD는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익히 아는 캐릭터, 익히 아는 관계, 익히 아는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에 거리감이 많이 좁혀졌던 게 시즌2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보시는 분들이 각기 매력을 느끼는 부분들, 예를 들어 누군가는 다섯 동기들의 케미, 또 누군가는 음악 혹은 밴드, 누군가는 환자, 보호자들의 따뜻한 이야기, 누군가는 러브라인, 누군가는 많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에 호감을 갖고 들어오셨다가 또 다른 포인트들에 매력을 느끼시고 사랑을 주신 것 아닐까 짐작해요. 그리고 그 중 하나를 굳이 꼽으라면 아마도 다섯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캐릭터와 케미스트리, 그리고 그들이 그려내는 율제병원 안의 소소한 사람 이야기에 점수를 많이 주신 것 아닐까 싶습니다.”
2개의 시즌 동안 함께 호흡한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가 남달랐기 때문에 이같은 성적을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99즈’와의 남다른 팀워크를 신원호 PD는 자랑했다.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첫 촬영 날도 그랬고 10개월 만에 다시 만나 시즌2를 찍을 때도 그랬고 늘 어제 본 것 같았죠. 사실 첫 촬영이라 하면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어요.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예 생략되고 물 흐르듯이 진행되다 보니까 그게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들이며 스탭들도 현장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스탭들, 배우들간의 내적 친밀감도 2년여의 시간 동안 어느새 두텁게 쌓이다 보니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한 케미로 이어질 수 있었고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시즌2를 하며 달라진 점으로는 “다들 한층 더 매력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한 명도 빠짐없이 너무 멋지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스태프들이 각 배우의 첫 등장 촬영 때마다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며 “사랑받는다는 것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느꼈던 순간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것은 바로 각 캐릭터들의 러브라인이었다. 그러나 의사들의 일상과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었던 만큼, 러브라인과 병원 이야기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다 보이겠지만, 워낙 로맨스만의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러브라인의 흐름이 빠르거나 밀도가 촘촘할 수가 없었어요. 연출자 입장에서 다른 장면들에 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아마 그런 점들 때문에 이들의 로맨스가 조금 더 차근히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살짝 느릿하게 호흡을 더 가져가려했던 것 같아요. 실제 그 호흡, 분위기, 공간 속에 있는 느낌이 들도록 연출하려 했던 장면들이 많았죠.”
특히 99즈의 로맨스 라인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오랜 친구인 ‘익준’(조정석)과 ‘송화’(전미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정원’(유연석)과 ‘겨울’(신현빈), 장거리 연애로 삐걱거리는 ‘준완’(정경호)과 ‘익순'(곽선영), ‘석형’(김대명)을 짝사랑하는 ‘민하’(안은진)의 관계에 대한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모아졌다.
“익준(조정석)과 송화(전미도)의 경우 우리가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잘해온 색깔이기는 했지만, 그때보다는 더 연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적당한 밀도를 지키는 부분을 가장 신경 썼죠. 20년 친구가 연인이 되는 장면이 후루룩 넘어가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정원(유연석)과 겨울(신현빈)의 경우 정원의 절절했던 마음과 내적 갈등, 겨울의 가슴 아픈 짝사랑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고 시즌2에서는 그 커플이 얼마나 더 단단해져 가느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또 시즌2의 가장 큰 축은 석형과 민하였습니다. 얼개만 보면 무거울 수 있지만 둘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럽길 바랐습니다. 준완(정경호)과 익순(곽선영)은 둘이 서기만 해도 로맨스 코미디부터 정통 멜로까지 뚝딱 만들어졌죠.”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국내에 시즌제 드라마를 정착시켜 주목받기도 했다. 주 1회 편성을 시즌2부터 시작하면서 다른 드라마들도 시즌제를 잇따라 시작했다. 철저하게 기획된 시즌제 IP(지적재산) 전략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제 주 2회 드라마는 다신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주일에 2개씩 했었던 전작들은 어떻게 해냈던 건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가거든요. 이건 저 뿐만 아니라 스탭과 배우들 모두 공히 피부로 체감하는 부분이죠. 아무래도 현장의 피로함이 줄어드니 그 여유가 결국 다시 현장의 효율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그 점이 주 1회 드라마가 가진 최고의 강점 아닐까 싶어요. 매회 그 어려운 밴드곡들을 위해 연기자들에게 그렇게 여유있는 연습시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도 주 1회 방송이라는 형식이 준 여유 덕분이에요.”
시즌2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이제 시즌3에 시선이 자연스레 쏠리고 있다. 신원호 PD는 할 이야기는 여전히 많이 남아있지만, 그동안 쌓인 피로감에 다음 시즌으로 이어질진 미지수라고 했다.
“환자와 보호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어요. 애초에 기획했던 것은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된 축이었기 때문에 할 얘기, 에피소드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거든요. 마치 우리 일상이 오늘 지나면 또 내일의 이야기가 있고, 내일 지나면 모레 이야기가 있듯이 99즈의 일상도 무궁무진할 것이이에요. 다만 시즌제를 처음 제작하면서 쌓인 이런저런 고민들과 피로감들이 많다보니 그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