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미국과 중국의 물가는 나란히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스프레드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0.7% 오르면서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으로 국제유가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브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연초 대비 70%나 급등했다. 연말까지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10월 들어 글로벌 증시도 주춤했다. 국내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치솟았다. 미 국채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시장금리도 널뛰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행렬에 이달 5일 코스피는 7개월 만에 3000선이 깨졌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차츰 진정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웠던 공급망 차질, 에너지 대란 등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고, 이에 일부에서나마 공급 병목 현상이 해소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3분기 기업 호실적에 힘입은 미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1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9% 오른 3만5294.7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역시 전 거래일보다 각각 0.75%, 0.50% 오르며 나란히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에서도 인플레이션 관련 악재들이 대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에서 테이퍼링 일정이 가시화됐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인됐으며, 제조업지수 급락 등을 통해 (공급망) 병목 현상도 확인됐다”며 “매크로 환경은 변화가 없음에도 증시는 이를 받아들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이 길어질수록 기업들이 재고를 쌓고 투자를 늘리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지금 시점을 투자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생각보다 숏티지가 오래 지속돼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업들은 재고를 쌓고 투자를 더 늘리려고 움직인다”며 “실제로 미국 핵심 자본재 신규 수주는 20년래 박스권을 돌파하며 20년 넘게 정체됐던 미국 설비투자가 살아나고 있다”고 짚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병목 현상은 역설적으로 실물투자의 필요성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투자가 오랜만에 재개되는 만큼 향후 물가 상승률은 2010년대 저물가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며, 글로벌 경제는 2022년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길어지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일부에서 나타나는 지수와 실물경제 회복세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 반도체, 바이오, 플랫폼 등의 실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로달러 선물시장에 반영된 내년 금리 인상 확률은 100%에 가깝고, 정책금리에 민감한 단기물 금리도 급등했다”며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진일보하고 있는 구간이라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