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가차 없는 면모 필요”
삼성, 2030년까지 비메모리 세계 1위 달성 목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1주기를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방향을 소개하면서 특히 시스템 반도체 승부수를 조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는 17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이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물론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은 6일 개최한 ‘또 한 차원을 더하다(Adding One More Dimension)’라는 주제의 파운드리 포럼에서 내년 상반기 첨단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도입한 3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제품 양산을 시작하고 2025년에는 2나노 공정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이 2019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과 생산기술 확충에 총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를 비롯한 비메모리 사업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소개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5500억 달러(약 650조 원) 규모의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70% 비중을 차지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이 던진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가 삼성과 한국,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수줍고 점잖으며 통찰력 있는 성격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성공을 담보하려면 ‘가차 없는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삼성이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이 여전히 밝지만 성숙한 산업이라는 우려도 내부적으로는 나온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분야에서 이 부회장의 야심에 찬 목표가 아직 진전은 더디다고 봤다. 삼성은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점유율이 15% 정도로 1위 대만 TSMC의 50%와 격차가 크다. 비메모리는 삼성 전체 매출의 7% 비중에 그친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이 애플과 같이 서비스 산업 육성에도 나섰지만, 그 노력은 그동안 산발적이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뿌리 깊은 삼성의 ‘하드웨어 중심’ 문화와 더불어 이 부회장의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성향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이 벤처투자 회사 ‘e삼성’의 실패를 경험한 후 한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또 삼성의 서비스 산업 확대는 또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관계를 해칠 수 있다. 삼성이 2014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뮤직’을 출시한 후 2년여 만에 해당 서비스를 종료한 이유 중에는 구글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