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호조+명절이후 수요감소에 농산물값 34년8개월만 최저
생산자물가와 근원생산자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국제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과 기저효과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소비자물가보다 1개월 정도 선행하거나 동행한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농산물값은 뚝 떨어져 34년8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7.5% 상승한 111.13을 기록했다(2015년 100 기준). 지수 기준으로는 6개월째 사상최고치며, 상승률 기준으로는 2011년 5월(7.5%) 이후 10년4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보다는 0.2% 올라 7월(1.0%) 이후 두달연속 오름폭이 둔화했다.
생산자물가의 근원 인플레라 할 수 있는 식료품 및 에너지이외는 지난해 같은기간과 견줘 7.4% 오른 110.71을 보였다. 역시 지수 기준으로는 6개월연속 사상최고치고, 상승률 기준으론 2011년 4월(7.7%) 이래 최고치다.
부문별로 보면 공산품은 전년동월보다 13.2% 급등해 2008년 10월(16.1%)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특히, 경유(66.9%)와 나프타(72.1%)를 중심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이 59.2% 올랐고, 화학제품(17.0%)과 제1차금속제품(31.7%)도 상승했다.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3.0%)도 TV용 액정표시장치(LCD)(25.0%)와 노트북용LCD(53.4%)를 중심으로 올랐다.
전력, 가스, 수도 및 폐기물은 3.2% 올라 2017년 10월(4.0%)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 및 액화천연가스(LNG)값 상승에 산업용도시가스 가격이 오른데다, 여름철 누진세 완화 종료로 주택용 전력값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4분기부터는 한국전력 전기요금 인상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면, 농림수산품은 2.7% 하락해 2019년 10월(-3.0%)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특히, 농산물은 15.1% 급락했다. 이는 두달연속 하락세며, 1987년 1월(-15.7%) 이후 34년8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작황호조와 명절이후 수요 감소로 배추(-50.3%)와 사과(-42.1%)값이 반토막 났다(전월비 기준으로는 배 -55.1%, 시금치 -37.0%).
다만, 축산물은 18.1% 상승해 9개월연속 두자릿수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돼지고기(18.3%)와 닭고기(20.5%)를 중심으로 올랐다(전월대비 기준으로는 쇠고기 6.4%, 돼지고기 4.0%). 8월엔 22.4%까지 치솟아 2009년 3월(24.1%) 이후 최고치를 보인바 있다.
이밖에도 서비스물가는 2.4% 올라 7개월연속 2%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운송서비스가 3.8%(전월비 0.3%) 올랐다.
최진만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생산자물가가 공산품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 요인이 컸고, 지난해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이외도 총지수와 비슷하게 가는 경향이 있다. 가중치 1000 대비 862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물가와는 품목 가중치가 다르다. 생산자물가는 원재료 및 중간재가 섞여 있고 기업 기준이라면, 소비자물가는 가계 구매 기준이다. 다만 유가와 원자재값에 연계된 건 공히 같다”며 “10월에도 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월대비 상승폭은 둔화하고 있어 향후 추이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