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규명도 지지부진…수사력 한계 지적도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건 주요 인물을 연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다만 '대장동 4인방'이라고 불리는 핵심 피의자들의 대질조사에도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검찰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를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18일 미국에서 귀국한 남 변호사를 체포한 후 연일 소환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지난 주말에 이어 이날도 남 변호사를 불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건네기로 한 700억 원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앞서 검찰은 21일 유 전 본부장을 구속기소하면서 대장동 사건의 커다란 줄기인 배임 혐의를 제외했다. 김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약속한 700억 원의 대가성을 규명하는 것이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길이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2일 유 전 본부장을 재판에 넘긴 날 김 씨와 남 변호사,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의 대질 신문을 진행했다. 그러나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됐던 김 씨와 남 변호사에 대한 신병 확보가 늦어지면서 검찰이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만 의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법조계 관계자는 "녹취록에 대한 피의자들 진술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구속영장 청구가 아직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 번 기각된 만큼 검찰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서 여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라고 주장하는 '그분'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도 검찰의 중대한 숙제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 씨가 천화동인 1호 절반이 ‘그분’ 것이라고 하는 발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국감에서 '그분'은 이 후보가 아니라는 취지로 밝혔지만, '그분'이 누굴 가리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김 씨는 발언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남 변호사는 ‘그분’이 유 전 본부장이라는 취지로 얘기하는 등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검찰은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토대로 당시 공사 이익을 확정한 내용의 공모지침서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에게 보고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으로 실무를 담당하며 사업 설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민용 변호사가 "이 후보에게 보고한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한편 검찰은 이날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 박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박 씨를 상대로 화천대유 입사,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 분양 경위 등을 파악했다.
박 씨는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해 최근까지 근무했으며 퇴직금 정산 절차를 밟고 있다. 퇴직금은 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박 씨는 지난 6월 화천대유가 분양한 아파트 1채를 분양받았다. 박 전 특검 측은 “주택공급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에 따라 회사로부터 법규에 따른 가격으로 정상 분양받았을 뿐이고 가격을 내리는 등의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