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비축용으로 떼어둬
7월부터 마스크 부족 현상 해소된 것도 재고에 영향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 내각에서 요양시설 등에 배포하기 위해 조달했던 천 마스크인 이른바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 약 1억4000만 장 중 절반 이상이 창고에 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회계검사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사업 감사 결과 올해 3월 말 기점으로 정부 조달 천 마스크 1억4000만 장중 8200만 장이 창고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고 보도했다. 평균 단가가 약 140엔임을 감안하면 총 115억 엔(약 1176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시중에서의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전 국민 배포용으로 1억2000만 장과 보육원이나 요양시설 등 배포용 1억4000만 장 등 총 2억6000만 장의 천 마스크를 조달했다.
이처럼 상당한 물량이 창고에 쌓인 것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른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배포하지 않고 전체 조달분의 3분의 1을 아예 대비용으로 떼어둔 영향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 시중의 마스크 부족 현상이 해소된 점도 아베노마스크의 재고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렇게 확보해놓은 재고분이 제때에 쓰이지 못하고 창고 비용만 축내고 있다는 점이다. 닛케이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보관비용이 6억 엔(약 6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 회계검사원은 오는 내달 공표를 앞둔 2020년도 결산보고서에 아베노마스크와 관련된 이러한 실태를 담을 예정이다. 내년 이후에도 대규모 코로나19 관련 대책 비용이 계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후생노동성에 관련된 예산 집행에 있어서 주의를 당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노마스크'는 아베 전 총리가 지난해 3월 마스크 부족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진행한 천 마스크 전국 배포 사업을 말한다. 하지만 제때에 배송되지 않고, 규격이 지나치게 작아 코와 입만 겨우 가려지는 등 불량품이 속출해 '아베노마스크'라는 오명과 함께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