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암모니아 등 친환경 대체 연료 공급량 턱없이 부족
친환경 연료 쓰는 선박 발주해도 연료 확보 우려 커
이달 말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최근 해운업계에 대한 탄소배출 감소 압박이 한층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을 비롯해 이케아, 유니레버, 미쉐린 등 해운업계의 대형 고객사들은 지난주 선박의 탄소배출 감소 목표를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무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40년까지 탄소 배출이 '0'인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만 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운사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최소 40%까지, 2050년까지는 50%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2018년 발표한 바 있다. 사실상 화주들이 이달 말 영국에서 열리는 COP26을 앞두고 해운업계에 친환경 연료 사용을 압박하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화주가 해운업계를 압박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IMO의 집계에 따르면 화물선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량의 약 2.5%를 치지한다. 이는 유럽연합(EU) 최대 배출국인 독일과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벙커유의 대체 연료로 손꼽히는 메탄올과 암모니아 공급이 지극히 제한적인 데다 가격이 비싸서 해당 대체 연료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WSJ는 "메탄올과 암모니아 공급은 전 세계 6만 척의 외항선을 커버하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며, 가격 또한 기존 연료의 몇 배나 비싸다"고 설명했다. 해운 정보 제공업체인 클라크슨 리서치 서비스는 해운업계가 선박의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바꾸는데 3조 달러(약 3520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당장 업계 내부에서도 친환경 연료 도입 시기를 놓고 의견이 다르다. 대형 업체들의 경우 이미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발주한 상태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친환경 대체 연료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 때문에 선뜻 선박 발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선사 머스크는 메탄올을 연료로 쓰는 선박 8척을 발주했다. 발주는 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해당 선박이 필요한 메탄올양이 현재 시장에 풀린 공급량의 10배 더 많기 때문이다. 회사는 "충분한 연료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키프로스의 세이프벌커스는 친환경 연료 공급량의 불확실성 때문에 IMO 기준을 충족시키는 선박 발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벙커유를 연료로 하는 선박 47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독일 선사인 하팍로이드(Hapag-Lloyd)는 "어떤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발주해야 하는지를 놓고 딜레마"라면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당장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선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