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는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총리는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국가장 영결식 조사에서 “우리는 국가장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어떤 사죄로도 5.18과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되신 영령들을 다 위로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 총리는 “노태우 대통령님은 재임 중에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셨다”며 “이념의 대립을 넘어 12년 만에, 세계가 한자리에 모인 사상 최대의 올림픽이었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불가능은 없다는 자신감을, 세계인들에게는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주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셨다”며 “1988년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 이후 소련과 중국을 포함해서 5년간 45개국과 수교하며 북방외교의 새 지평을 여셨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를 기반으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해 긴장과 대립의 남북관계를 공존과 평화의 관계로 진전시키는 전기를 마련하셨다”고 언급했다.
김 총리는 “토지공개념 도입으로 경제민주화에도 기여하셨다”며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국민연금 등 공적부조를 크게 확대하셨다”고 밝혔다.
또한 김 총리는 “많은 공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가 애도만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임 시에 보여주신 많은 공적보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고인이 유언을 통해 국민들께 과거의 잘못에 대한 사죄와 용서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노태우 대통령님이 우리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또한 역사 앞에서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할 때, 비로소 진정한 화해가 시작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총리는 “대통령님의 가족께서는 5·18 광주민주묘지를 여러 차례 참배하고, 용서를 구했다”며 “고인께서 병중에 들기 전에 직접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만나 사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남는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유족 여러분들께서는 오늘 국가장의 의미와 국민들의 마음을 잊지 말고, 지금처럼 고인이 직접 하지 못했던 사과를 이어가 주시기 바란다”며 “과거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도 끝까지 함께 해 주십시오. 그것이 고인을 위한 길이자, 우리 민족사의 먼 여정에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