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업계 최선단 14나노 EUV DDR5 D램 양산
SK하이닉스도 내년 초 1a 미세공정 적용
급락 중인 D램 가격…DDR5 전환 시 교체수요↑
신규 플랫폼 출시 지연으로 도입이 늦춰졌던 ‘DDR(Double Data Rate)5’로의 D램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최근 가격 하락이 심화 중인 D램 시장의 판도를 유의미하게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텔은 이달 4일부터 12세대 PC용 CPU ‘엘더레이크’를 시장에 내놓는다. 판매 초에는 6종으로 출시해 향후 60종까지 제품군을 순차 확대한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DDR5 D램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내년 1분기엔 엘더레이크에 이어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도 출시 예정이다.
DDR5 D램은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DDR4보다 전송 속도와 용량이 2배가량 빠른 제품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에 최적화된 차세대 규격이다.
지난해 7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DDR5의 표준 규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시장 개화 기대감이 커졌지만, 인텔 등 서버 고객사가 신규 CPU 출시 시기를 6개월 이상 뒤로 미루며 본격적인 전환 시점도 1년 넘게 밀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D램 업체는 DDR5로의 전환 준비를 일찍이 마친 것은 물론, 최신 기술을 적용해 성능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엔 512GB DDR5 메모리 모듈 개발을 완료했고, 지난달부턴 EUV(극자외선)를 적용한 업계 최선단 14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최신 DDR5 D램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5개의 레이어에 EUV를 적용해 이전 세대 대비 생산성은 약 20% 향상됐고, 소비전력은 약 20%가량 개선됐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초부터 10나노급 4세대(1a) 미세공정을 적용해 DDR5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심은 DDR5 전환에 따른 D램 시장 영향에 쏠린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전달보다 9.51% 하락했다. 이는 시장에서 제기됐던 4분기 낙폭 전망(5~8%)을 넘어선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반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D램에 의존하는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 하락은 매출에 직격탄이다.
이런 상황에서 DDR5 전환은 이를 상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선 DDR5는 전 세대 대비 칩 크기는 15~20% 더 크다. 가격 하락의 주된 요인인 공급과잉론을 잠재울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교체 수요가 늘고, 기존 제품보다 약 20~30% 높은 원가 구조를 지녔다는 것도 메모리 생산업체엔 유리한 지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 주류인 DDR4 제품은 가격 내림세에 접어들었고, DDR5 전환이 목전이기 때문에 반등 여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라며 “DDR5 침투율과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저전력 CPU, DRAM, SSD, GPU 선호도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공급이 원활할 경우, 서버용 DDR5 침투율은 시장의 예상보다 더욱 빠를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진행된 실적 발표에서 ‘D램 다운사이클 진입’에 대한 우려에 대응하는 논리 중 하나로 DDR5 전환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의 중점이 DDR5 등 차세대 제품의 공급 제약 요건을 만회하기 위한 차세대 기술 개발에 있다고 강조했다. 3분기 예상에 미치지 못한 D램 출하량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4분기 회복을 점치면서 "CPU 업체들의 신규 CPU가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고, DDR5 채용 등 고사양화가 이어지고 있어 탄탄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