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캐스퍼, 10월에 경쟁 차종보다 높은 판매량…완성차 업계, 상품성ㆍ마케팅 강화로 대응
현대자동차가 새로 선보인 경형 SUV 캐스퍼가 인기를 끌며 경차 시장에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선보이며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2일 현대차에 따르면 캐스퍼는 출고가 시작된 9월에 208대를 판매한 데 이어 10월에는 2506대를 팔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문제로 생산에 일부 차질이 있었지만, 경쟁 차종보다 높은 판매량을 거뒀다.
대표적 경차인 기아 모닝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월 3000대 안팎의 꾸준한 판매량을 보였다. 하지만, 캐스퍼의 디자인이 공개되는 등 출시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8월부터 월 판매량이 2000대 아래로 내려갔다.
10월에는 지난해 대비 47% 급감한 136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같은 달 기아의 전체 내수 판매가 전년 대비 20%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큰 폭의 감소다. 한국지엠(GM) 쉐보레 스파크도 판매가 소폭 줄었다.
업계에서는 캐스퍼가 등장하며 기존 경차 시장의 수요를 일부 가져온 결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캐스퍼의 등장에 맞춰 비슷한 차급에 상품성을 강화한 모델을 추가하거나 마케팅을 시행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기아는 모닝과 레이에 고객 선호 사양을 적용한 새로운 트림 ‘베스트 셀렉션’을 지난달 선보였다. 모닝 베스트 셀렉션 트림은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후방카메라 △하이패스 자동결제 시스템 △열선 스티어링 휠 △블랙/레드 포인트 신규 인테리어를 기본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고 디자인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가격은 1450만 원으로, 캐스퍼 중간 트림과 비슷하게 책정했다.
우수한 상품성과 고객 만족도를 알리며 마케팅에 집중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지엠은 최근 스파크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2021년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 조사(KCSI)’에서 7년 연속 경형 승용차 부문 고객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경차 중 유일하게 한국 신차 안전도 평가(KNCAP) 충돌 안전도 1등급을 인증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쌍용자동차도 소형 SUV 티볼리에 고급 사양을 기본화한 스페셜 모델 ‘업비트(Upbeat)’를 선보였다. 티볼리 업비트는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 △18인치 다이아몬드 컷팅 휠 △풀 LED 헤드램프 등 고객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사양을 기본 적용했다. 가격은 2586만 원으로 캐스퍼보다 높지만, 캐스퍼 최고 사양 모델이 2057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디자인에 신경을 썼고, 대통령이 직접 구매까지 하며 캐스퍼는 마케팅 효과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라며 “다만, 초기 판매 실적이 얼마나 지속할지가 관건"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