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급증해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의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털 등 2금융권 대출이 가파르게 늘어 금리상승기에 부실화할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자영업자 부채의 위험성 진단과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이 988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2월말보다 173조3000억 원(21.3%) 늘어났고, 같은 기간 일반 가계대출 증가율(13.1%)에 비해 1.6배나 빠르게 불었다.
이 중 사업자대출은 572조6000억 원, 가계대출이 415조9000억 원이었다. 사업자대출로 모자라 개인신용대출 등으로 자금수요를 막은 것이다. 코로나 피해가 큰 음식업과 개인서비스업 대출이 급증했다.
대출이 악성화하는 현상도 뚜렷했다. 은행권 대출의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이 2019년 12월 8.5%에서 올해 8월 11.3%로 높아진 반면, 금리조건이 훨씬 나쁜 저축은행권은 -2.7%에서 19.8%, 캐피털은 17.5%에서 20.1%로 급격히 늘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등으로 은행권 자금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들의 부실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 대출 규제의 고삐를 죄고 금리도 오르는 국면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이번 달 또 올릴 것이 확실하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로 치솟으면서 금리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내년 1월 추가로 인상될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다. 이미 시장금리는 무섭게 뛰고 있다. 코로나 위기를 고금리 대출로 버티는 자영업자들의 이자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위험이 증폭된다.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보다는 자영업자들의 폐업을 늦추고, 개인의 채무부담을 늘려 신용위험만 키운 측면도 크다고 KDI는 지적했다. 회복이 어려운 자영업자의 원활한 폐업을 지원해 부채 증가를 방지하고 재기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나서고 있지만, 지원규모가 보잘것없어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당은 오히려 효과도 분명치 않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포퓰리즘에만 매달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금융부채가 막대한 가계부채와 함께 금융과 실물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져올 위험이 갈수록 커진다. 코로나 피해가 큰 영세 사업자들의 고금리 대출 비중이 급속히 높아진 것이 무엇보다 우려스럽다. 금리인상은 뇌관이다. 부채의 지속가능한 상환 지원을 위해 안정적 이자율과 장기 상환 방식으로의 전환 등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부채의 연착륙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