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 “여성 인력 강화, 쇼잉으로는 불가능…남성 이해도 필수”

입력 2021-11-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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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최운열 전 국회의원이 3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컨퍼런스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 전 국회의원, 박현남 도이치은행 대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김연준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 은행과장,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조현호 기자 hyunho@)
금융회사 내 여성 인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쇼잉(보여주기)’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 남성들의 이해도 필수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콘퍼런스홀에서 이투데이미디어와 여성금융인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2021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패널토론자들은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에는 최운열 전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김연준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 은행과장,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박현남 도이치은행 대표가 참석했다.

금융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윤 회장과 윤 행장은 여성 인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종규 회장은 “ESG의 기본 개념은 지속가능한 것”이라며 “CEO를 여성으로 몇 사람 뽑는 건 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것이 문제로, 인재풀이 풍부하게 육성돼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윤 회장은 그룹 내 ‘20ㆍ30ㆍ40 룰’을 소개하며 “본부 부장급 20%, 팀장 30%, 팀원 40%를 여성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2025년까지 이를 달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종원 행장도 “기업은행의 여성 관리자 비율(30.5%)을 2023년까지 OECD 평균인 33.2%까지 늘리겠다”고 언급했다.

윤 회장은 “(진출)영역을 확장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감찰, 검사, 디지털 전략 등에 여성 인력을 의도적으로 보임하려고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노력에 윤 회장의 부임 당시 기업금융의 여성 비중은 8%였으나 최근에는 21%까지 올라갔으며, 심사 부문도 6%에서 25%까지 확대됐다.

윤종원 행장은 “OECD 국가 중 특히 신흥 개도국들과 젠더 다양성에 대해 비교한 자료에서 여성 고용 부분에서는 꼴찌가 아닌데 급여 부분에서는 꼴찌 수준이었다”며 “역사적 배경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비정상적인 결과가 나온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과격한 ‘혁신’보다는 ‘발전’시켜 나가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남 대표는 남성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도이치뱅크에서 여성의 문제는 남성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남성들의 이해와 서포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정부에서 책임을 져주는 게 보장이 돼야 아직 사용되지 않은 여성 인력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불러올 수 있다”며 “저출산으로 줄어든 인구를 여성 인력으로 대체하게 되면 (OECD 분석 결과) 한국에서 남성만큼 여성도 끌어올리면 1%가 올라간다. 저성장 사회에서 1%는 어마어마한 숫자”라고 했다.

박선영 선임연구원은 성별 관리직 목표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관리직 육성 없이 기업 질서를 바꾸고 기업의 젠더 관계를 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OECD 평균 여성 관리직 비율이 약 33%에 달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4%다.

박 선임연구원은 그 대안으로 관리직 성별 목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현대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장에게는 성별 관리직 목표제를 시행 중이다. 여성 관리직 육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 관리한 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박 선임연구원은 “법으로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여러 형태의 지원과 제도적인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모수가 적어서 임원으로 성장하는 여성들이 없다거나 하는 얘기들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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