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콘퍼런스홀에서 이투데이미디어와 여성금융인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2021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패널토론자들은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에는 최운열 전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김연준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 은행과장,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박현남 도이치은행 대표가 참석했다.
금융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윤 회장과 윤 행장은 여성 인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종규 회장은 “ESG의 기본 개념은 지속가능한 것”이라며 “CEO를 여성으로 몇 사람 뽑는 건 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것이 문제로, 인재풀이 풍부하게 육성돼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윤 회장은 그룹 내 ‘20ㆍ30ㆍ40 룰’을 소개하며 “본부 부장급 20%, 팀장 30%, 팀원 40%를 여성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2025년까지 이를 달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종원 행장도 “기업은행의 여성 관리자 비율(30.5%)을 2023년까지 OECD 평균인 33.2%까지 늘리겠다”고 언급했다.
윤 회장은 “(진출)영역을 확장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감찰, 검사, 디지털 전략 등에 여성 인력을 의도적으로 보임하려고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노력에 윤 회장의 부임 당시 기업금융의 여성 비중은 8%였으나 최근에는 21%까지 올라갔으며, 심사 부문도 6%에서 25%까지 확대됐다.
윤종원 행장은 “OECD 국가 중 특히 신흥 개도국들과 젠더 다양성에 대해 비교한 자료에서 여성 고용 부분에서는 꼴찌가 아닌데 급여 부분에서는 꼴찌 수준이었다”며 “역사적 배경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비정상적인 결과가 나온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과격한 ‘혁신’보다는 ‘발전’시켜 나가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남 대표는 남성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도이치뱅크에서 여성의 문제는 남성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남성들의 이해와 서포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정부에서 책임을 져주는 게 보장이 돼야 아직 사용되지 않은 여성 인력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불러올 수 있다”며 “저출산으로 줄어든 인구를 여성 인력으로 대체하게 되면 (OECD 분석 결과) 한국에서 남성만큼 여성도 끌어올리면 1%가 올라간다. 저성장 사회에서 1%는 어마어마한 숫자”라고 했다.
박선영 선임연구원은 성별 관리직 목표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관리직 육성 없이 기업 질서를 바꾸고 기업의 젠더 관계를 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OECD 평균 여성 관리직 비율이 약 33%에 달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4%다.
박 선임연구원은 그 대안으로 관리직 성별 목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현대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장에게는 성별 관리직 목표제를 시행 중이다. 여성 관리직 육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 관리한 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박 선임연구원은 “법으로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여러 형태의 지원과 제도적인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모수가 적어서 임원으로 성장하는 여성들이 없다거나 하는 얘기들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