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완의 복지플랫폼] 베이비부머 新노년의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려면

입력 2021-1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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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의 노년기 이행은 큰 관심사다. 이들은 모두 약 730만 명으로 기존의 노인인구 전체를 합친 것에 맞먹는 거대한 규모로 주목받아 왔다. 이들을 ‘신노년’이라 부르는 것은 기존 노인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노년을 살아가게 될 것에 대한 기대감에서다.

이 세대는 교육수준이 높고 평생직장을 통해 경제성장을 일군 자긍심이 강하고 이전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경제력을 가졌다고 알려져있다. 일을 더 오래 하고 싶어하고 은퇴 후에 삶을 즐기려는 성향도 강한 활동적인 세대다. 60대가 되어서도 노인이라는 고정 틀에 갇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 대상으로 운영되는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을 꺼리며, 단순 노인일자리나 전통적인 노인복지 프로그램에는 만족하지 않는 신세대다.

초고령사회가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신노년의 출현은 희망적인 소식이다. 신노년의 시대에는 노인빈곤도 크게 줄어들지 않겠는가. 신노년층에게는 건강하게 오래 일하고 국가에 덜 의존하는 ‘생산적 노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신노년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건강하고 오래 일하고 싶은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해서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문제를 피해 갈 수는 없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떠나는 퇴직연령은 여전히 낮고, 은퇴하지 않더라도 50세 이상의 취업은 대부분 불안정한 일자리로 메꿔지고 있다. 신노년이 이끌 초고령사회에 절대적 빈곤은 줄어들더라도 노후불평등은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 주택 등 자산보유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고 국민연금을 받는 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확연히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노후소득이 충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위계층은 여전히 공적 지원만으로는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 퇴직금을 내 집 마련과 자녀에게 쓰는 한, 중산층도 공적연금만으로는 퇴직 전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연금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족 상황은 어떨까. 1인 가구의 증가는 전 세대에 걸친 현상이지만 특히 50대 후반 이후 독거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부모세대에게 생활비를 제공하며 돌봐 드렸으나 막상 자녀세대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끼인 세대, 부부간에도 서로의 노후에 심신을 편히 기댈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외로운 세대인 것이다. 이처럼 일자리, 소득, 돌봄 등 고령사회의 기본 인프라가 아직 든든히 갖춰지지 않은 문제는 대규모 신노년의 출현으로 덮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초고령사회를 위한 가장 크고 중요한 인프라를 제대로 까는 일이 국가가 해야 할 숙제라면, 지역과 개인 차원의 대응 여지도 크다. 우선 이들은 건강한 노후를 대비할 시간이 아직 충분히 있는 세대다. 만성질환 등 건강관리와 예방을 지원하는 지역 기반의 일차의료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국가의 과제라면, 건강하게 ‘살던 곳에서 나이 들어감’(aging in place)을 위해 보건과 복지를 연계한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지역에 주어진 숙제다. 교육수준이 높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가진 신노년은 기술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받아들여 건강하고 활기찬 노화를 실현해 갈 수 있다. 자기 건강상태와 생활패턴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헬스케어는 가장 유망한 실버산업 영역 중 하나다. 개인 유료 이용자는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대신 자립생활이 가능한 독거노인들을 위해 기술 기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예컨대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웨어러블 손목밴드를 차면 식사나 복약 시간을 친절히 안내해 건강한 일상생활을 돕고, 외출할 때나 밥솥을 열 때 자녀에게도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원거리에 있더라도 가족관계를 가깝게 이어주는 매개 역할도 한다. 우울증과 자살 시도 감소, 활동량과 건강 생활패턴 강화, 가족 간 소통 증진 등 기술 기반 서비스들의 성과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된다.

공적연금급여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주택소유율이 높은 신노년층에게 주택연금은 노후소득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자기 집에 살면서 집을 담보로 매달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받는 제도로서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주택소유자면 가능하다. 주택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주택연금의 국민경제적 효과 분석’에서는 주택연금 이용자의 공적연금과 주택연금을 합산한 총 소득대체율은 101%, 주택 보유 고령층 중 30% 정도가 잠재 수요층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주택연금 가입률은 아직 1%에 불과하다. 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결국 초고령사회 대응은 신노년의 주도적 삶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 시장, 가족의 역할을 현명하게 재구조화하는 데서 시작된다. 국가가 돌봄과 소득 보장의 가장 어렵고 큰 짐을 가족 대신 나눠 맡고, 지자체는 민관협력을 통해 세심하고 질 높은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장의 실버산업을 활성화하는 생산적 복지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가족은 노후의 돌봄을 온전히 기대고 유산을 남겨주기 위해 애쓰는 상호부담의 관계 대신 더 많이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건강한 정서적 지지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신노년이 활기차게 펼쳐져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도 넉넉히 감당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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