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글로벌 금융허브 유치전, 정부 차원 정책 지원 뒷받침 돼야
'35층룰' 해제, 서울 전역 허용 하냐…토지이용효율 극대화 차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다. 정부의 동의를 받아 가능성을 인정받은 '오세훈표 안심소득'은 서울시의회에서 예산안만 통과되면 내년에 국내 최초로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오 시장은 3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근로ㆍ신분상승 의욕 고취, 행동 패턴 변화 등 안심소득이 가져올 사회적인 효과를 확신했다.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에 중위소득 85% 미달액의 50%를 3년간 현금으로 지원한다. 서울시는 내년 500가구를 시작으로 이듬해 800가구까지 표본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 바로세우기'에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민간 위탁ㆍ보조금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는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내년 '시민참여 예산 삭감'으로 반발하는 시민단체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그린피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전통적 의미의 시민단체들은 (직접적으로) 서울시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서 "중앙정부ㆍ서울시 보조금을 받거나 위탁사업을 하는 게 소금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에는 부정적인 요소가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청 6층 시장실에서 만난 오 시장은 예정된 인터뷰 시간 내내 서울시 주요 현안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외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정부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시민참여를 비롯한 서울시가 역점으로 추진한 태양광 사업 예산도 줄였다. 동시에 35층룰 등 각종 부동산 규제도 완화하면서 '시정 대전환'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충돌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는 "크게 걱정 없다"고 했다.
- 최근 보건복지부가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승인했다. 시의회의 예산안 의결이 필요한데.
"걱정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정치한다고 표방한다. 안심소득도 기초수급, 차상위계층에 더 많은 도움을 주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복잡한 복지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현금 지원을 해주면서 근로의욕을 고취하자는 거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동의했고 인류사에서 굉장한 실험이다.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이다."
- 안심소득 시범사업,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일정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시범사업 대상 가구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가게 된다. 총 800가구가 목표다. 이들 가구가 안심소득을 통해 근로 의욕이 얼마나 커지는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점검할 예정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혜택을 받다가 벌이가 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일을 열심히 안 하는 현상도 발생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제도의 단점 중 하나다. 이번 실험의 관전 포인트는 '어려운 사람이 스스로 노력으로 자신의 처지를 극복할 수 있는가'이다. 안심소득이 가져올 효과를 보는 것이다. 근로의욕이나 생활양식을 정밀하게 살필 예정이다."
- 아시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내걸었다.
"확실한 시장 확장의 유인책이 없다면 서울로 이전하려는 글로벌 금융기관을 찾기 어렵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 고도의 전략적인 접근과 전 방위적인 유치전이 절실하다. '서울투자청'은 그래서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규제완화는 서울시의 의지와 촉구만으로 한계가 있다. 서울투자청을 통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
-전임 시장 시절의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 사업에 대해 여러 지적 사항이 나오고 있다.
"무책임한 태양광 업체 때문에 시민의 혈세인 서울시 예산이 투입되게 생겼다. 서울시 '원자력발전소 하나 줄이기 캠페인'에 동참해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사람은 선의의 피해자다. 설치만 해놓고 폐업한 업체들 때문에 서울시가 추가로 사후관리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지원금만 받고 폐업한 업체는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범죄 행위다. 그런 업체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서울시가 골치를 썩이고 있다."
- 내년 TBS 출연 예산을 줄였다. 상업광고를 허용해달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TBS 사장이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서 상업광고를 허용해주면 본인들한테 도움이 되겠다고 하는데 이는 서울시 결정사항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권한이 있다. TBS 스스로 '독립 언론'이라고 하지 않았나. 독립 언론을 추구하려면 상업광고를 받을 수 있도록 자신들이 노력해야 한다. TBS 사장이 본인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보지 않는다. 독립 언론은 경영까지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예산삭감은 홀로서기를 독려하는 조치다."
- 이른바 '35층룰' 완화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서울 지역 전체에서 35층 높이 제한이 풀리는 게 아니다. 단지별로 몇 개 동을 짓는다고 하면 층고별로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고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토지이용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35층 높이 기준이 완화되더라도 ‘신속통합기획’ 등 위원회 심의를 통해 대상지 여건에 맞는 높이로 계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높이 기준 완화가 밀도(용적률)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 건축비 등을 고려하면 무분별한 높이계획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 공공주택 확대를 두고 자치구와 충돌하고 있는데.
"서울의료원 부지나 성동구치소 부지는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개발 가능한 땅이다. 시민 주거안정과 서울 미래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서울의료원 부지 공공주택 3000호 공급계획은 서울시가 아닌 정부 8ㆍ4 주택공급 정책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천편일률적인 박스 형태의 초소형 주택만 지어야 했다. 서울시는 질 좋은 주택 공급과 국제교류복합지구의 취지를 동시에 살리려고 한다. 주거비율은 서울의료원 남측부지의 20~30%로 최소한만 지정하고 나머지는 기존 용도를 최대한 유지하는 내용의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 성동구치소 부지는 공동주택과 업무시설을 고루 갖춘 지역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을 수립 중이다."
- 여의도지구단위계획 발표 시기는.
"남은 건 '주민들의 결단'이다.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이 어떻게 수립되고, 언제 발표되느냐는 전적으로 주민 의사에 달렸다. 서울시는 두 달 넘게 단지별 주민 대표를 만나 주민 요구 사항을 논의했고, 납득할 만한 통합 개발 인센티브와 양질의 주거 단지 계획을 마련해 주민과 소통했다. 편의시설과 공공시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할 수 있는 최선의 안으로 단지별 개발이 아닌 통합개발을 제안했는데 주민 간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민과 서울시 모두 윈-윈 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조속히 수립, 법정 논의과정을 거쳐 결정고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대장동 의혹'을 어떻게 보는가.
"한 마디로 공영개발의 탈을 쓴 민간회사 이익 극대화. 이게 본질이다."
- 내년 대선을 앞둔 야권에 조언한다면.
"정치적인 사익을 앞세우면 안 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야권 단일화’라는 시대적 소명을 다 하기 위해 보수와 중도를 포용할 수 있는 열린 자세로 임했다. 대선도 마찬가지다. 매우 박빙이 될 것이다.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 정권교체라는 시대 과제를 위해 국민의힘은 제3지대를 과감히 포용해야 한다."
- 서울시민들에게.
"서울시 바로세우기 과정에서 시의회와의 갈등 전망이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모두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시의회도 아마 제 충정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 시민 여러분이 응원을 해주셔야 서울시 바로세우기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대담=장효진 사회경제부장ㆍ정리=박은평, 홍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