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인과성 인정에도 질병청 거부"
또다른 사회적참사라는 지적도
"피해자가 신청하고 사실 입증하는 상처 반복"
"진행과정 투명하게 알리고 공유해야"
코로나19백신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늘어난 가운데 백신 접종과 부작용 간 인과성 입증을 개인에게 과도하게 부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과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피해 사실 인정 관련 회의록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10일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드코로나 시대, 백신 피해자들과 함께 나아가기' 토론회에서 "무엇보다 질병관리청의 폭넓은 인과성 인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기윤 코백회 고문변호사가 발표하는 '질병청의 인과성 인정 여부에 관한 문제점' 발제에선 질병청이 인과성 인정을 거부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대표적으로 60대 A 씨(여) 유족의 경우,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 질병청으로부터 '명확히 인과성이 없다'고 통보받았다.
심지어 당시 국과수에선 "일반적으로 알려진 혈전 성상의 병리 기전을 벗어나는 범주에 속한다는 점과 백신 접종 후 증상이 발발하였다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그 가능성은 매우 크다"라고 부검 결과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유족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질병청은 해당 피해보상 신청에 대해 기존 판단을 '5'(명백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에서 '4-2'(백신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로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움)로 바꾸는 데 그쳤다.
김 변호사는 해당 사례를 소개하면서 "질병청은 이미 인과성은 없다는 결정을 내려서 유족한테 안내해줬거나 혹은 부검 결과가 어느 정도 인과성이 있다고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부인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분을 직접 만지고 눈으로 본 부검인이 더 정확하게 알지, 서류만 가지고 넘기면서 심사한 질병청이 더 심사를 잘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부검 결과를 존중하지 않고, 제약회사를 보호하려고 하는 마음을 작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백신 후유증 피해 사례에서 과거 '사회적 참사'에서 나타났던 폐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직접 신청하고, 피해 사실의 인과 관계까지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수경 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백신 피해자 지원대책 토론회에서 "의학적인 인과관계 역시도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서 피해자들이 해외 논문을 뒤지고, 전문위의 의견을 따라가면서 규명하려는 거 자체가 여타 사회적 참사 대응 과정하고도 너무나 똑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신청주의나 입증주의가 얼마나 피해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가중시키는지 이미 많은 자료가 정부에도 있고 연구를 안 했던 것도 아니다"라며 "질병청이나 보건복지부 안에 별도의 전담 대응팀을 만드는 등 이 부분이 해결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백신 피해자들이 겪는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안내하고 관련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또 전수경 조사관은 "국민에게도 백신 부작용 처리 과정을 소개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는 원칙도 공개해야 한다"며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해서도 계속 공유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