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바이든, 인플레 ‘최우선순위’ 놓았지만 전망은 암울

입력 2021-11-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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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미국인 주머니 사정에 타격”
CEO들 “백악관, 심각성 파악하지 못해”
공급 부족 사태에 잘못된 정책 대응
“초대형 경기부양책, 수요 자극해 인플레 되레 부추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 항만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볼티모어/AP뉴시스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그는 부랴부랴 인플레이션 대응을 최우선 사안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다지 기대는 크지 않은 상태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미국인들의 주머니 사정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러한 물가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이 나에게는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 물가를 끌어내릴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으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는 시장 교란 행위와 바가지요금에 대한 단속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출이 많은 내 안건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회에 사회복지 예산안을 조속히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과 서너 달 전만 하더라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함께 물가 급등을 ‘일시적인 것’이라고 치부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백악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몇몇은 장기적 인플레이션 징후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장에서는 더는 인플레이션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중단된 경제활동의 일시적 부산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폴리티코와 인터뷰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서 벗어나고자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에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일부는 백악관이 문제의 심각한 정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CEO는 미국 정부에 밉보이는 것을 우려해 자신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

바이든 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를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를 1년 앞둔 상황에서 바닥을 기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이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함께 ‘방침 전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근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58%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당면 과제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로는 ‘경제(36%)’가 꼽혔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비관론이 팽배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경제 아젠다가 공급망 혼란이나 인플레이션 등 현재의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에 적합하지 않아 되레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버락 오바마 정권의 대응처럼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경제 문제와 오바마 시대의 문제의 원인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시대에는 수요 부족이 침체의 원인이었다면, 현재는 공급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바이든 정부의 부양책은 공급이 제한된 경제에서 수요를 끌어올려 되레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부추겼다고 WSJ는 분석했다.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공화당뿐만 아니라 조 맨친 상원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바이든 정책과 인플레이션 연관성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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