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자산배분 관점으로 전환해야…TDF·ETF·글로벌펀드 관심 필요
자산배분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브린슨은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결정하는 90% 이상이 자산배분에 의한 것으로 봤다. 종목 선택이나 마켓타이밍을 맞춰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코로나19 위기가 닥치면서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퇴직연금 운영을 위해 자산배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55조 원을 넘어서며 5년 새 2배로 불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는 약 260조 원에 달하며, 매년 10% 이상 커지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퇴직연금의 약 90%는 원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는데, 저금리로 최근 5년간 수익률은 1~2%에 불과하다. 이같은 퇴직연금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투자 상품 편입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핵심은 자산배분이다. 최근에는 퇴직연금의 TDF(타깃데이트펀드) 및 ETF(상장지수펀드) 투자가 두드러진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올 3분기 TDF 시장 규모는 7조2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퇴직연금이 역으로 TDF 시장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주목받고 있다. 퇴직연금에 투자된 TDF 규모는 2017년 3036억 원에서 올 3분기 6조1000억 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위원은 “TDF는 최근 수년간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에 비해 안정적이며 꾸준한 투자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와 함께 자산배분 자동변경 및 재조정과 글로벌 분산투자 기능을 하며 100% 편입 가능 등 장점으로 퇴직연금 투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계죄(퇴직연금 및 연금저축 등)에서의 ETF 투자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ETF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1%의 고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올해 3분기 기준 그 규모는 63조6000억 원에 달한다. 퇴직연금의 ETF 투자액은 2019년 1836억 원에서 지난해 8084억 원, 올해 1분기 1조3204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투자하면서도 여러 자산에 분산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투자의 편의성과 다양성을 높일 수 있어 퇴직연금 계좌에서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퇴직연금 펀드 가운데 주식형 펀드 적립금도 최근 2년 사이 두 배 이상 늘며 7조5000억 원 규모에 이르렀다. 이는 2019년 3조4000억 원, 2020년 4조9000억 원에 이어 올해 대폭적으로 성장한 규모다. 퇴직연금 펀드 중 주식형 펀드의 1년 평균 운용 수익롤도 2019년 5.9%에서 2020년 23.5%, 올 3분기 28.3%로 크게 상승했다.
퇴직연금 펀드 투자에서는 투자 상품 다변화뿐만 아니라 해외 자산을 주요하게 편입하는 글로벌 펀드의 비중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등 투자지역 확대 추세도 전개되고 있다. 퇴직연금 내 글로벌 펀드 투자액은 최근 약 4년간 연평균 50.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2017년 3조7000억 원에서 올 3분기 17조2000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글로벌 펀드는 국내펀드에 비해 장기 수익률이 양호하며, 해외자산을 60% 이상 편입한 경우 등 글로벌 자산분산 효과가 큰 펀드일수록 장기적으로 탁월한 투자 성과를 보여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자산 60% 이상을 편입한 글로벌 펀드의 5년간 평균 수익률은 10.1%로 국내펀드(5.9%)보다 높다.
박영호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구조적 경제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응해 연금운용에 대한 생각을 장기투자와 자산배분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차원에서 TDF, ETF, 글로벌 펀드 등 장기투자 상품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