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도 너무 많이 파는 게 좀 불안하네요.”
최근 주식투자 관련 커뮤니티와 온라인 채팅방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셀 삼성전자’움직임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증시의 오르내림과 상관없이 외국인은 ‘삼성전자 팔자’만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팔자’ 물량을 받아내던 개인투자자들까지 매도로 돌아서면서 ‘육만전자(주가 6만 원)’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국내 대표 반도체주로 자리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지난주 들어 매수세로 진입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증권가는 이러한 수급 차별화가 생기는 배경으로 다양한 요인을 꼽는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6.50%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2.9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연초 9만1000원까지 치솟았던 삼성전자 주가는 ‘10만 전자’를 향한 외침이 무색하게 지난달부터 -4.72% 하락했다.
반도체 투톱의 주가가 엇갈린 데는 외국인 수급이 자리한다. 외국인은 10월 이후 SK하이닉스를 4328억 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순매수 2위다. 반면 삼성전자는 2조7724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왜 팔까.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는 일단 펀더멘털과는 무관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지난해보다 10.48% 증가한 73조980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8.04% 늘어난 15조8200억 원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인은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려면 메모리 사이클이 확실한 바닥에 근접했다는 신호가 나오거나,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증명하거나, 사업구조 재편 등을 통한 변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유독 많이 파는 이유 중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조정이 다소 과도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면서도 “올해 내내 부진했던 주가와 낮은 밸류에이션, 높은 배당수익률 등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에서 하락 리스크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다만 전 세계 반도체 업종의 흐름과 달리 국내 반도체 주가는 여전히 약세를 보이며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주를 추종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엔비디아, TSMC 등의 급등세에 힘입어 연초 대비 34% 올랐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가 내려가면 저가 매수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이른바 ‘물타기’를 하던 많은 개미가 ‘손절’로 돌아서고 있다. 이달들어 10거래일간 개인은 삼성전자 보통주 25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